미국 시민 사회가 기내 휴대폰 사용 허용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안전 때문이 아니라 전화통화 소음이 비행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 불쾌감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11월 허용한 기내 휴대폰 사용 관련해 한 달의 공청회 기간이 시작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2월 FCC의 방침이 공표되자마자 불안감을 느낀 400여 명의 시민은 반대 서한을 보냈다. 주된 이유는 소음과 각종 사건사고 가능성이다. 기술적 `안전` 문제는 오히려 관심 밖이다. 한 시민은 “비행시간 내내 친구와 수다를 떠는 10대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일은 상상만 해도 재앙이다”라며 “우리 가족은 휴대폰 사용을 무제한 허용하는 항공사는 무조건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버스, 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비행기 객실에서는 통화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 마련이다. 객실이 소란스러워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또 기내에서 중요한 계약 건이 불발되거나 전화로 이혼 통보를 받는 등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승객 간 충돌은 물론이고 승무원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비행기 이용 고객의 감소로 항공사 매출도 타격을 입는다. 미국 항공사는 자체적으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곳도 생겨나는 추세다. 델타항공은 지난 달 기내 전화통화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전 직원에 보냈다.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버진아메리카항공도 같은 입장이다. 유나이티드콘티넨털과 제트블루항공은 검토 중이다.
FCC는 오는 3월까지 결정을 유보할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 기존 입장을 번복,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12월 12일 미국 교통부는 FCC가 허용했더라도 기내 휴대폰 사용 금지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자체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FCC가 받은 서한 중 5통만이 기내 휴대폰 사용에 찬성했다. 폴 자후라넥 오하이오 소재 어드밴스드시스템즈앤디자인스 회장은 이달 초 FCC에 보낸 서한에서 “기내 휴대폰 사용규정은 FCC가 아닌 항공사가 알아서 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