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 문자메시지를 하루 약 2억 건씩 수집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가디언과 현지 방송 `채널4`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빼돌린 기밀문건을 토대로, NSA가 일반인들의 문자메시지를 입수해 이들의 위치정보, 인적관계, 금융정보 등을 분석해 왔다고 17일 보도했다.
무차별 수집은 `디쉬파이어`라는 특수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메시지 중 부재중 전화 알림으로 사용자의 인적관계를, 국제로밍 알림으로 소재지를, 은행에서 오는 문자로 신용카드 번호 등을 알아내는 식이다. NSA는 이 방식으로 하루 평균 1억9400만건에 달하는 메시지에서 500만건의 부재중 전화, 160만건의 국가 간 이동, 80만건의 금융거래, 11만명의 이름, 7만6000건의 위치정보 등을 뽑아낼 수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수집·분석 대상은 아무 혐의가 없는 민간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개된 기밀문서에서 영국 정보기관 정보통신본부(GCHQ)는 “(NSA의) 디쉬파이어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수집한다”며 “새로운 감시대상을 발견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고 했다.
디쉬파이어를 활용한 첩보활동이 시작된 시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공개된 문서로 미뤄볼 때 NSA는 적어도 2012년까지 이 프로그램을 활발히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NSA측은 디쉬파이어가 자의적이거나 불법이 아니며, 정당한 해외정보 수집에만 쓰였다고 해명했다. NSA의 문자메시지 데이터베이스에서 영국인의 정보를 공유한 GCHQ 역시 합법적인 첩보활동이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가디언의 이 같은 보도는 미국 대통령자문위원회가 지난 달 권고한 40여 개의 NSA 개혁안 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것을 수용할지 밝히기 하루 전에 나온 것이다. AF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17일로 예정된 NSA 개혁안 관련 연설 내용을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전화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 정상은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양국의 특수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AFP는 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