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이공계 대학생에게
많은 사람이 새벽에 눈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합니다. 스마트폰은 전화는 물론 수십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그야말로 온갖 것을 다 가능하게 하는 도깨비방망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스마트폰 안에는 온 세상이 다 들어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인물이 스티브 잡스죠.
그는 태어나자마자 입양됐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비가 없어 한 학기 만에 중퇴했습니다. 회사를 세워 승승장구 했지만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는 마음의 상처를 딛고 다시 도전해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 제품을 잇달아 내 놓았습니다. 수년간 암 투병을 하면서 죽음의 공포에도 굴하지 않고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제 떠나고 없지만 `인문학과 기술의 만남`을 역설한 그의 숱한 말들은 여전히 우리 귓전을 때리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본 이공계 대학생 상당수가 졸업 후 진로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불안한 것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끼는 것 때문이죠. 하지만 미래는 원래 불투명한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다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해가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났습니다. 불투명한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면 가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열정으로 추진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21세기는 과학기술지식이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는 점에서 이공계로 진학한 여러분은 탁월한 선택을 했습니다. 이공계 교육은 험난한 산길을 가는 사람에게 나침판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스티브 잡스와 같이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 새로운 것에 대한 끝없는 도전, 이런 소양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는 누가 가르쳐 줄 수 없고 결국 각자가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입니다. 전설적 투자가로 유명한 워렌 버핏은 돈을 버는 비결에 대해 `잃지 않는 것`이라 했습니다. 좋은 방식을 찾기 어려우면 나쁜 방식을 피해가면 됩니다.
여러분은 초중고교의 `정답 외우기` 교육방식이 좋지 않다는 것에 다 동의할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런 `정답 외우기`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토플·토익 등 온갖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시험점수에 짓눌려 마음마저 움츠러들지는 않았습니까. 움츠러든 마음에는 용기와 도전정신이 깃들지 않습니다.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열망으로 용기와 도전정신을 키워 가시기 바랍니다.
전통적으로 과학기술인은 공장이나 실험실에서 일했습니다. 주어진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 과학기술인의 덕목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과학기술인이 각광받는 시대입니다. 새로운 첨단 전자기기는 인문학과 첨단기술의 집합체입니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조화를 이루어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합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은 창의성이 높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겨내는 힘도 강합니다. 라이트형제는 “사람이 하늘을 날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자를 만들겠다.”는 참으로 `엉뚱한` 생각을 하셨습니다. 기발한, 즉 창의적인 생각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나옵니다. 이공계 전공에 인문학을 입히면 여러분의 앞날에 밝게 빛날 것입니다. 대학 4년 동안 문학·역사·철학 등 다양한 인문학 과학을 수강해 인생의 내공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자존감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사과 씨 하나에 사과나무가 다 들어 있는 것과 같이 여러분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들이 자존감이 부족합니다. 학생뿐 아니라 심지어 무척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회 지도층 중에도 자존감 없는 딱한 모습을 내비치는 사람도 흔합니다. 자존감은 자만심이 아닙니다. 자만심은 정신적 미성숙 상태임에 비해, 자존감은 정신적으로 원숙한 상태입니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늘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낍니다. 사실 열등감을 느낄 소인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죠. 열등감은 자신을 불행하게 할 뿐 아니라 주위사람까지 괴롭히는 마음의 병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보지 말고 강점에 집중하면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키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을 부러워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약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약점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됩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배양하면 자존감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세상에 가치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자존감으로 무장된 사람은 역경이 와도 이겨내고 비바람이 쳐도 흔들리지 않는 전천후 인재입니다.
From. 나도선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제공:WISET(한국과학기술인지원센터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별 지원 전문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