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구겨진 상태에서도 폭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리튬이차전지 원천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기술은 손목에 차는 스마트폰, 두루마리 형태 디스플레이, 입는 컴퓨터 등 다양한 `휘는(flexible) 전자기기` 전원을 개발하는 데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이상영 교수와 LG화학 배터리연구소 김제영 박사의 공동연구팀은 얇고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하며, 안정적인 리튬이차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리튬 이차전지는 심하게 변형시키면 폭발할 수 있어 유연한 기기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액체 전해질과 분리막으로 구성된 기존 리튬이차전지는 변형시키면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에 의해 분리막이 녹으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폭발할 수 있다.
고분자 전해질이 대체재로 고려되고 있지만 `휘는 전지`에 쓰이기에는 전기화학적 성능과 두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크리스털 고분자 전해질`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플라스틱 크리스털은 결정(형태를 이룸)-용융(녹아서 섞임) 상태가 아닌 그 중간 물리적 특성을 보이는 물질. 전해질로 사용하면 우수한 이온전도도와 내열성을 보인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고온(80℃)에서 이온 전도도가 전혀 저하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존의 고분자 전해질보다 두께가 약 10배 얇고, 기계적 유연성은 30배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플라스틱 크리스털 고분자 전해질을 리튬이차전지에 적용한 결과, 전지를 심하게 구기거나 전화선처럼 둘둘 만 상태에서도 발열이나 폭발 없이 안전하게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해질은 전지 내에서 전해질 역할뿐 아니라 분리막 기능도 할 수 있어 `분리막 없는 전지` 개발에 이용될 수도 있다. 미래부 `신기술융합형성장동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 연구의 결과는 재료과학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최신호 후면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고분자전해질(Polymer Electrolytes)= 전지 내부에서 이온 전달 기능을 담당하는 전해질(electrolytes)의 한 종류. 현재 상업화 전지에 사용되는 액체 상태의 전해액과는 달리 고분자를 이용하여 고체 상태로 제조한 전해질로 누액 억제 및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 특징을 갖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