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12년 기각 결정을 내렸던 `한국산 냉장고 덤핑 수출 혐의`를 다시 심의한다. 소송 당사자인 미국 월풀이 국제무역법원(CIT)에 정부(국제무역위원회)의 2012년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제소한 건과 관련, CIT가 월풀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내 업계는 재심의에도 기각 결정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맞물려 기각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지난 2012년 기각 결정한 삼성전자와 LG전자 하단냉동고형 냉장고 덤핑수출 혐의를 재심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CIT 결정 배경은 ITC가 미국 산업계 피해 여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물량 분석에 오류를 범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월풀 측은 `중대한 오류(significant errors)가 범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관련 업계는 이 같은 결정이 기각 판정을 바꿀 정도로 큰 사안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조사에 오류가 있다는 월풀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ITC에 재심의 명령을 한 것으로 안다”며 “월풀 주장과 달리 단순 계산 오류에 관한 것으로 판정결과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4월 ITC 결정 후 월풀이 2년 가까이 재심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을 들였던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사안은 아니다. 실제로 작년 우리 업계 주장과 달리 미국 정부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 관세 부과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대해 국내 산업계와 정부는 ITC와 세계무역기구(WTO)에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박천일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ITC의 판정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 다시 검토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기각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ITC는 이번 결정과 관련 조만간 재심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련 업계는 “재심의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국 냉장고 산업에 피해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은 2011년 3월 월풀이 미국 정부에 상계관세 부과 소송 제소로 시작됐다. 같은 해 5월 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덤핑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는 예비판정을 내렸으며 10월에는 상무부도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다음해인 2012년 3월 미국 상무부는 5.16~30.34%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율 부과 결정을 취했으나, 한 달 후인 4월 ITC가 `미국 관련 산업이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위협을 받지 않았다`며 덤핑 기각 판정을 내렸다.
김준배·이호준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