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미래모임]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과 ICT를 활용한 에너지 수요관리 전략

연사: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

패널: 김용완 전력거래소 시장본부장,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조송만 누리텔레콤 대표

사회: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스마트러닝산업지원센터장(미래모임 회장)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하 2차 국기본)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국가 에너지 살림을 꾸려나가는데 있어 커다란 이정표가 세워진 셈이다. 정부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에너지 정책을 기존 공급 위주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바꾼다는 기조를 세웠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 기조에 맞춘 신기술과 신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때다.

최근 서울 삼정호텔에서 열린 올해 첫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미래모임)`에서는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을 초청해 2차 국기본에 대한 의미와 시장 가능성을 논의했다. 특히 수요관리 부문에서 ICT 기술의 융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대한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핵심은 수요관리와 분산형 전원

2차 국기본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에너지 수요예측의 적정성에서부터 시작해 원전비중 29% 유지, 신재생에너지 11% 등 많은 부분에서 사회각층의 반대와 의구심을 받고 있다.

채희봉 단장은 이번 2차 국기본의 핵심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같은 국가 에너지 믹스가 아닌 수요관리에 중점을 둔 에너지 정책기조의 변화라고 단언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면 이에 맞춰 발전소와 송변전시설을 늘리는 공급위주의 방식에서 수요를 줄이는 방법으로 전환한 것은 국가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곡점이란 설명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밀양송전탑 이슈가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원전이나 석탄화력과 같은 대용량 설비에서 발전으로 장거리 송전을 거치는 지금의 전력수급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발전소 입지를 놓고 발생했던 갈등이 이제는 송전망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수요관리를 통해 필요 공급력을 줄이고 지역 분산형 전원으로 흐름을 바꾼다는 복안이다.

채 단장은 국가 에너지 수급 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수요관리가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 축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수요 증가는 동시에 충족할 수 없는 세가지 요인”이라며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요 감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ICT로 선진국형 수요관리 모델 정착

수요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전력사용량 감축에 있어서는 ICT의 역할이 강조됐다.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는 ICT를 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LED, 스마트 플러그 등 에너지+ICT 융합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채 단장은 에너지와 ICT를 융합이 3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에서 증기터빈으로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2차 산업혁명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화석연료의 부흥에서 촉발됐다면 3차 산업혁명은 에너지와 ICT의 융합으로 한국이 주도할 수 있다는 견해다.

채 단장은 “에너지는 국제적으로 헤게모니 경쟁을 하는 규제시장인 반면 ICT는 기술경쟁을 하는 개방시장이라는 차이점에서 두 산업의 융합이 그동안 어려웠다”며 “한국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ICT를 융합해 에너지 문제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면 세계 에너지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CT 도입에 따른 수요관리 방법의 진화도 점쳐졌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요관리는 규제와 권유 중심이었다. 지난해 하계피크에 공공기관은 에어컨을 끄고 일부 기업들은 전력사용량을 감축했다. 소비자들에게는 자발적인 절전 희생을 요구했다. 채 단장은 이를 원전 대규모 정지로 불가피하게 선택한 구시대적이고 극단적인 처방으로 규명하고 보다 근원적이고 시스템적인 수요관리 패러다임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에너지+ICT 모델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채 단장은 “에너지 관련 석유, 가스 등의 분야는 글로벌 선도기업이 장악했고 어느 국가도 우리나라와 개발사업을 하자고 나서지 않지만, 전력IT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많은 만큼 시장기회는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관리, 스마트그리드 분야 비즈니스 모델 나와야

정부의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이 뒷받침되기 위한 배경으로 ICT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이 제기됐지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현재 판매부문을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구조에서는 에너지와 ICT를 융합한다 해도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창출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지금의 전력시장 구조에서는 민간기업들이 시장투자를 결정하기가 힘들다”며 ICT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 창출의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채 단장은 스마트그리드 정책을 언급하면서 전력시장에서 항상 시장 개방의 논의가 우선시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채 단장은 “에너지에는 분명 공공성 부문이 있지만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경우는 새로운 성장 원천만 바라보고 판매시장 개방 논의를 먼저 했다”며 “판매시장의 개방 여부 이전에 전력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소비자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구체화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 육성을 위한 재정지원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채 단장은 초기투자 비용이 높은 에너지 산업의 특성상 많은 사업자들이 재정지원을 바라고 있지만 이제는 재정지원을 벗어나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전력시장에서 수익 가능성 여부 논의가 되는 것도 재정지원에 의존한 비즈니스를 진행하다보지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에너지와 ICT 융합에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가 에너지 ICT는 많이 뒤쳐져 있는 상황”이라며 “기술 선도와 시장을 창출하려면 마중물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재정지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단장은 정부 재정지원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이 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ESS 설치 시 수용가와 송전계통의 안정성 해법, 사업개발을 위한 자본유치, 태양광 리스 사업과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해 전력시장 민영화, 재정지원과 같은 소모적인 사회적 논의가 줄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 단장은 “재정지원과 공기업 민영화만 논의하다보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은 한계가 있다”며 “ICT를 융합한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해 소비자들이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를 선택하고 시장의 유동자금이 에너지 분야에 유입되는 방안을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발표] 김용완 전력거래소 시장본부장

최근 미국이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텍사스 지역은 한파 여파로 일부 발전소가 가동을 정지해 블랙아웃 위기까지 갔지만 수요관리로 위기를 넘겼다. 수요관리 역할을 잘 보여준 사례다.

발전소 건설로 전력수급 균형을 맞추는 것은 투자리스크가 큰 방법이다. 발전소를 지으면 30년은 운영을 해야 하는데, 날씨가 좋아 가동을 안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는 바로 손실로 이어진다. 반면 수요관리는 이러한 단점이 없다. 물리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발전소와 달리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력자원이다.

지금까지의 수요관리는 일률적인 규제였다. 어려움은 넘기겠지만, 전기를 쓰는 개별 소비자의 효용은 무시하는 처사다. 일률적인 규제는 아주 급하지 않는 한 동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력은 균형의 문제다. 지금까지 수요에 공금을 맞춰왔던 것은 수요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터넷망도 구축되어 있고 과거 이론적으로만 구상하던 수요관리 방법을 실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다. 전력 균형을 위한 정보를 주고받는데 있어 ICT가 역할을 할 것이다.

[패널발표]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ESS가 중요하다. 물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중간 중간 댐을 만들 듯 전력도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ESS가 설치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일부 특정 건물에만 적용되는 실정이다.

ESS 적용 분야를 좀 더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 ESS 등 다양한 솔루션이 있을 것이다. ICT에서는 데이터가 한 곳에 몰리면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주는 스위칭이 있다. 전력은 ESS가 그런 분산 역할을 해줄 것이다.

문제는 시장 활성화다. 태양광 렌탈 등의 비즈니스 모델이 언급됐는데 이 역시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 투자한 만큼의 가치를 거둘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에너지 분야의 특수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개방을 해야 한다. 과거 통신이 그러했듯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이 어느 정도 개방이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오픈 API와 같이 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시장을 개방해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패널발표]조송만 누리텔레콤 대표

수요관리 측면의 에너지 정책은 진일보 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에너지는 공급자와 사업자 입장에서만 이루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할 때 시장이 돌아간다. 수요관리 측면의 에너지 정책은 환영한다.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 ICT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소비자가 에너지를 절감하면 보상해준다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다.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10% 이상의 감축은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전기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효율적으로 하는 발상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직접 발전시스템을 설치하고 여기에 강한 인센티브를 주면서 요금을 대폭 올리면 소비자들은 알아서 절약을 하게 된다.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소비는 줄어들지 않는다. 편하고 저렴한 데 줄일 이유가 없다. 그동안 기업들의 절전 지원금으로 주던 수요관리 기금을 소비자들이 발전시스템을 설치하는데 지원을 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에너지 절약하려면 ICT는 있어야 한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을 해야 한다. 하지만 ICT는 보조수단이다. 우리나라 전력수용가 2000만호 중 200만이 80%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전력을 많이 쓰는 200만 수용가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 있어야 한다.

[패널발표]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우리나라 온실가스 중 90%가 에너지에서 발생한다. 온실가스 감축 관련 국제 협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온실가스를 감안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공급 중심으로는 이를 대응할 수 없어 수요관리로 방향을 잡고 있다.

수요관리에 대한 인식도 재정립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요관리를 전력피크 부하관리로 인식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에너지 효율 향상이다. 지금은 부하관리에만 관심이 쏠려 있지만 전력피크가 아닌 상황에서 수요관리를 통한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도 균형 있게 가야 한다.

정부는 ICT 수요관리를 말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이 현실화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는 어느 국민도 투자를 통한 효율향상을 도모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반응을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 가격부터 움직여야 한다.

판매시장도 조금씩 개방해야 한다. 지금의 독점시장에서는 시장 성장이나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나 모두 한계가 있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개방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격과 시장 개방이 있어야 ICT를 통한 수요관리가 가능하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