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좀 옮겨 주세요" 전기차 충전 다툼...수습나선 美 IT업체

늘어나는 전기자동차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충전소 인프라가 실리콘밸리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충전 문제로 운전자간 감정이 격해지자 보다 못한 기업이 하나 둘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높은 비용이 문제다.

애플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애플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21일 AP와 실리콘밸리 머큐리뉴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전기차 충전 문제로 인한 임직원 `충전 분노(charge rage)`가 심화돼 각 기업이 충전소를 늘리거나 별도 충전 가이드라인까지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두 대 당 최소 한 개의 충전설비가 필요하지만 매우 부족하다. 충전 중인 차량에서 무단으로 플러그를 뽑는 일명 `충전 도난` 사건으로 인한 다툼과 임직원간 반목 현상도 늘고 있다.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는 팔로알토 지사에 16개의 충전 포트를 설치했지만 61개로 늘어난 전기차 대수를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다. 전기차 운전자 임직원을 위한 `충전 가이드라인` 초안을 만들고 있다.

네트워크 제어 기업 인포블록스도 요일 별 충전자를 정한 `충전 리스트`를 배포했다. 260여명 임직원 중 10%가 넘는 27명이 전기차를 몰지만 충전소는 6개뿐이다. 테슬라 모델S를 가진 데이비드 기 인포블록스 부사장은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예약해야 한다”며 “최대 두 시간만 사용할 수 있고 `허락 없이 절대 남의 차를 건드릴 수 없다`가 최우선 원칙”이라 강조했다.

100명 이상 임직원이 전기차를 모는 야후 본사에서 일한 조지 베텍은 전기차 충전 다툼이 실리콘밸리에서 이제 흔한 일이라고 밝혔다. 베텍은 전기차 BMW의 액티브E를 몰지만 동료의 GM 쉐비 볼트 충전 포트를 임의로 뽑아 제 차에 꼽았다가 거친 항의를 받았다. 각 기업은 충전이 다되는 즉시 차를 옮기도록 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했다고 머큐리뉴스는 전했다.

AP는 “비싼 충전소 설비비가 충전소 인프라 추가 설치를 막는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전기·가스 공급회사 PG&E는 현재 2만대 수준인 캘리포니아 주의 전기차가 2020년 80만대까지 늘어난다고 예측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