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카드사 늦장 대응 도마 위로...`카드 재발급 대기 순번 400번`

사상 초유의 카드 정보 유출 사태로 재발급을 신청하려는 고객으로 은행이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소재 일부 은행 창구와 전업카드 센터는 모두 업무가 마비된 채 발급 업무에만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백화점 미아점과 명동점 등에는 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고객이 일시에 몰리면서 대기 인수가 400명을 훌쩍 넘었다. 그나마 노령 고객이 많은 NH농협은행 창구는 대기 인원이 20명 남짓이어서 빠른 시간에 재발급 신청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지방 농협은행 지점이 재발급 비용을 고객에게 부과하거나 재발급을 거절하고 비밀번호만 바꾸면 안전하다는 취지로 안내해 빈축을 샀다.

카드 정보 유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카드 발급은 물론이고 탈회 요청, 보유 통장까지 모두 바꾸려는 고객까지 뒤섞이면서 40분이 지나고도 업무를 보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상당수다.

정보 유출과 그에 따른 카드사 대응 능력 부족을 질타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롯데카드 재발급을 신청한 한 고객은 “창구에 갔더니 대기 순번이 400번대여서 휴가내서 카드 발급을 받아야 할 판”이라며 “재발급을 미루고 혹시 모를 부정사용 여부 확인차 인터넷 뱅킹에 접속을 했지만 그마저도 먹통”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콜센터 전화연결은 수십 번을 해도 여전히 `뚜뚜뚜` 신호음만 가더라”며 황당해했다.

창구에서 만난 또 다른 고객은 “인터넷에 접속했더니 보유 카드가 없다는 에러 메시지가 계속 떠서 직접 창구를 찾았다”며 “전화 연결이 돼야 최소한의 확인이라도 하지, 사후 관리도 불량”이라고 질타했다. 전화 연결이 지연되면서 일부 VIP고객과 눈치 빠른 고객은 일반 콜센터가 아닌 외국인 전용 상담 센터로 전화를 걸어 변칙으로 발급 신청을 하는 등 `변칙 재발급 매뉴얼`까지 등장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20일까지 카드 재발급 신청건수만 최소 61만6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 해지(탈회 포함)요청도 53만2000건을 넘어 정보 유출 사태로 카드를 교체하거나 해지한 고객만 120만명에 달한다.

카드사별 재발급 신청 건수(21일 12시 기준)는 NH농협카드 30만8000건, KB국민카드 16만8000건, 롯데카드 14만800건으로 집계됐다. 해지 요청건수도 NH 농협카드 26만4000건, KB국민카드 23만9000건, 롯데카드 2만9700건 순이었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 조회건수도 급증했다. KB국민카드가 309만30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카드 200만7000건, NH농협카드 136만5000건으로 1000만건에 육박했다.

해당 카드사 영업점과 은행 등에 카드 해지·정지·재발급을 요청하는 방문자가 쇄도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와 콜센터에도 고객 민원이 폭주해 서비스가 일시 마비되는 등 고객들이 불편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한 괴담도 확산되고 있다. 일부 언론이 미확인 정보나 잘못된 기사를 쏟아내면서 `정보 유출=금융 사기 피해`라는 잘못된 정보를 퍼나르고 있는 형국이다. 공무원 약 100여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거나, 정보 유출로 2차 피해(소액결제 등)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는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표]카드사별 재발급 및 해지요청 건수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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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