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돼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윈도XP 지원 여부가 또 다른 산업적,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고됐다. 윈도XP가 대한민국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쓰고 있는 운용체계(OS)라는 점 때문이다.
은행 자동화기기(ATM)는 특히 5대 가운데 4대가 윈도XP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4월 8일 윈도XP 지원을 중단하면 PC용뿐 아니라 ATM에 들어가는 OS까지 모든 서비스 지원이 종료된다. 이후 이들 ATM을 운영하게 되면 각종 보안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현 ATM은 단순 입출금, 송금뿐 아니라 공과금 납부, 티머니 충전, 인터넷 전화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MS는 “보안 패치 등 기술 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에 윈도XP를 계속 사용하게 되면 신규 취약점으로 인한 악성코드 감염 등 보안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안 취약점이 높다는 것을 부각시켜 OS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것이다. 보안 문제 걱정을 덜려면 윈도XP 사용을 하루 빨리 중단하라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MS의 윈도XP 지원 중단으로 `3·20 전산망 대란` 같은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보안 문제가 실제 일어난다면 단순히 OS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은 사용자뿐 아니라 MS 역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MS는 사실상 서비스 지원 종료 내용을 윈도XP 출시 당시 구매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다. 한국MS 측은 “윈도XP가 2001년 출시됐고, 기술지원 종료 규칙은 2002년 제정돼 출시 당시 약관에는 명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규칙이 제정된 이후에도 사용자들에게 명확하게 인지 시켜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MS가 극단적인 조치를 불사하는 것은 PC, 모바일OS 시장에서의 `몰락`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윈도XP의 기술지원 중단은 `윈도8` 판매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MS는 윈도XP 이후 윈도비스타, 윈도7, 윈도8를 순차적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MS의 기대만큼 OS 업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윈도XP 사용자는 “MS가 사실상 개인 사용자에게 암묵적으로 `윈도8`만을 한정지어 판매하려 한다”며 “윈도8의 판매를 높여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같이 높이고자 하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윈도 비스타는 이미 기술지원이 중단됐고, 윈도7은 내년 1월 일반 지원이 중단된다. 이후 5년간 연장 지원되지만 일부 기능은 유료화된다. 즉, 사용자가 지금과 같은 혼란을 반복해서 당하지 않으려면 가장 오래 사용할 수 있는 OS인 `윈도8`를 구매해야 한다.
윈도8는 파격적인 가격 인하와 윈도XP 이탈로 지난달 처음으로 점유율 10%대를 넘겼다.
심지어 ATM은 전 세계 95%가 윈도XP 기반이다. PC보다 훨씬 OS 전환 속도가 느리다. MS는 ATM 외 POS, PDA, 내비게이션 등에 들어가는 윈도XP 임베디드 OS에 기기별로 지원 종료일을 달리하고 있다. 이 또한 업계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MS에 공식적으로 윈도XP 지원을 지속할 것을 촉구했듯이, 우리나라 정부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만큼 산업계가 뜻을 모아 정부 차원에서 MS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등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윈도XP 폭탄`의 뇌관으로 금융권과 공공기관이 지목되는 만큼 국가차원에서 보안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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