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년 새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망중립성 이슈가 한때 들불처럼 번지다 잠시 가라앉아 있었다. 여전히 시한폭탄처럼 초침은 돌고 있다.
피처폰 시절에는 이동통신사가 무선 콘텐츠 제공 업체를 포함한 생태계를 전적으로 통제했으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개방된 환경에서 다양한 모바일 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선 데이터 사용도 폭증했다.
특히 카카오톡 같은 `국민 앱`이 등장하면서, 통신사는 망만 제공하고 핵심 수익에 관한 서비스는 외부 업체에 빼앗긴다는 문제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반면 개방된 모바일 환경을 접한 사용자들은 자유로운 모바일 인터넷 사용 요구가 커졌다.
이런 변화된 상황을 둘러싼 갈등이 집약된 대표적 사례가 카카오톡의 인터넷 음성통화(mVoIP) 기능 `보이스톡`을 둘러싼 논란이다.
통신사는 문자메시지 수익을 잠식하는 카카오톡의 급성장을 경계했다. 카카오톡 메시지 신호가 폭증해 망을 혼잡하게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카오가 2012년 6월 모바일 인터넷 음성통화(mVoIP) 보이스톡을 국내에 선보인 후, 통신사가 일정 금액 이하 요금제에서는 음성 통화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용자의 응원을 등에 업은 카카오톡의 득세에 망중립성 논란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비스를 둘러싼 통신사와 인터넷 업체 간 갈등은 시한폭탄처럼 업계에 잠복해 있다. KT가 트래픽 폭증을 이유로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접속을 차단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1년에는 다음이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을 내놓고 mVoIP 서비스를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통신사들이 통화 품질을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mVoIP를 앞세워 선발 카카오톡을 추격하려던 다음은 발목이 잡혔다.
3G망을 이용한 네이버 모바일 프로야구 중계가 슬그머니 중단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네이버는 “동영상 중계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통신사와 인터넷업계 갈등이 한창인 시절이라 뜻하지 않은 의혹을 샀다.
이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업계, 학계 전문가 등이 모여 망중립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해 말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망중립성에 대한 원칙을 대부분 수용했고 mVoIP에 대한 차별도 철폐했지만, 트래픽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앞으로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트래픽 관리 기준과 내역을 어떻게 공개할지도 관심사다.
결국 IT 생태계 활성화와 경쟁 촉진, 투자 활성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끊임없이 논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생태계 현황과 미래 발전 방향을 고려해 국내 상황에 맞는 구체적 각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