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인종차별부터 성공의 단맛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25명의 IT인이 민낯을 드러냈다. 고군분투한 중소기업 창업가, 본사를 한국에 둔 지사 직원, 현지 대기업에 입사한 대학원 졸업생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한국인이 스스로의 체험을 털어놨다. 마크 저커버그의 성공 신화보다 더 가까운 스토리, 옆 자리 동료 혹은 수 년 후 당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다. 세계 최고의 IT인재와 경쟁하는 한국인 이야기를 써보겠다며 책을 기획한 차동형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정책관이 서문에서 `한국인 IT전사들의 이야기`라고 내용을 표현한 배경이다.
시작부터 솔직한 경험담은 이어진다. 하대웅 씨디네트웍스 서비스&서포트 본부장은 벤처기업 임원으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면서 반드시 필요했던 10가지 조건을 꼽는다. 상장 직후에 35세 이하의 임원이 있고 직원 수가 300명 미만이어야 한다고 일러준다. 이유가 궁금할 만큼 책상에 앉아서 생각해 내지 못할 아이디어를 전한다.
한국인에 대한 신뢰가 낮은 실리콘밸리의 차가운 현실에 부딪힌 한국인도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다. 홍석일 KSM코퍼레이션 부사장은 “한국인은 믿을 수 없다”며 신뢰 문제로 거절당한 반도체 장비용 부품 납품 건을 되새긴다. 1999년 100억원 수준이었던 한해 매출액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린 부품업체 신화는 기업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현지화에 성공한 뼈아픈 스토리가 만들어줬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한다는 것은 마법을 배우는 도제가 된 경험”이라 말하는 박병화 인터멀레큘러 컨설턴트는 빈손으로 왔지만 5개월 만에 반도체 장비 개발 환경을 만든 일화를 들려준다. 실리콘밸리가 가진 클러스터의 힘과 비즈니스 환경을 잘 이용하는 비즈니스 비법을 터득해 냈다.
여성 인재로 살아남은 최보나 소트웍스 애널리스트도 있다. 언어 문제를 극복한다면 성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실리콘밸리 IT분야에서 `핫 아이콘`이 된 여성 인재로 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1세기에도 동양인 관리자로서 인종차별 문제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토로한다.
기술력에 모험정신까지 구비해 실리콘밸리 정착에 성공한 유전자 진단 벤처기업 `아벨리노`의 이야기도 생생하다. 이진 아벨리노 대표는 “기술과 혁신에 가치를 두고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정신”이 필수 준비물이라고 조언한다.
실리콘밸리 생존기는 기업가와 직장인에 그치지 않는다. 스탠포드 대학 박사 과정을 다니는 이준영 씨는 유학생 인터뷰로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교육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에 이르는 여러 유학생이 유학 준비부터 성공에 이르는 작지만 큰 이야기다.
저자로 참여한 권중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은 실리콘밸리가 가진 경쟁력의 핵심을 `자유로움`과 `개방` 그리고 `협력`이라 풀이하며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라 말한다. 2007년 젊은 한국인이 자발적으로 만든 `베이 아레아(Bay Area) K 그룹`이 그 결정체다. 많은 이가 실리콘밸리에 온 이유와 일상생활, IT산업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미래를 꿈꾸는 많은 이에게 새 경험을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
차동형·이진한·권중헌·윤종영 지음. 포북 펴냄. 1만3000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