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수출기업, `엔저 몸살` 앓고 있다

대일 수출기업이 `엔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대일 수출은 10.6% 감소했으며, 일본 내 한국상품 점유율은 중국·ASEAN이 잠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선통신, 반도체 등의 타격이 컸다.

한국무역협회(회장 한덕수)가 최근 대일 수출기업 301개사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5% 기업이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했다. 엔저로 인한 피해 유형은 환차손(48.8%), 수출물량 감소(23.9%), 수출상담·계약 차질(21.9%) 순이었다. 엔저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기업은 생산성 향상 및 비용절감 추진(41.9%), 영업 손실을 감수하고 계속 수출시도(41.5%), 수출시장 다변화추진(40.9%)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결제통화의 변경이나 환변동보험 등 환리스크 관리수단을 이용한다는 기업은 각각 23.3%, 17.6%에 그쳤다.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일시적으로 수출을 포기한다는 기업도 각각 14.6%, 8.3%에 달했다.

엔저의 부정적 영향은 이미 대일 수출 감소로 확인되고 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대일 수출이 전년대비 10.6% 감소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세다. 특히 무선통신기기(-24%), 반도체(-15%) 등의 전자제품을 비롯해 농수산품, 철강제품, 기계류 감소세가 컸다.

연구원은 엔저에 따라 대일 수출에 타격이 큰 품목으로 화학공업제품, 철강, 농수산품 등을 꼽았다. 이들 품목은 원·엔 환율이 10% 하락시 각각 4.4%, 3.9%, 3.4% 수출물량이 감소했다.

일본의 15개 주요 수입품목(에너지 제외) 중 한국은 10개 품목에서 점유율이 하락해 중국·대만 8개, 미국·ASEAN 9개, 독일 6개에 비해 하락 품목수가 가장 많았다.

또 한국 점유율 하락품목인 반도체·통신기기·플라스틱·기계류는 중국, 철강·생활용품·수산품·섬유류는 ASEAN의 점유율이 늘어났다. 작년 일본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012년 대비 하락(-0.27%P)했으나, 중국(0.46%P), 대만(0.16%P)은 상승했다.

김춘식 무협 무역진흥본부장은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업체 가운데 60% 이상은 엔저 현상이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무협은 2500여 개사의 엔저 피해기업에게 무역보험공사의 옵션형 환변동보험 가입과 대체시장 개척을 돕기 위한 수출대금 회수 위험 보험 가입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본 수입시장에서의 국가별 점유율 추이(%, %P) / 자료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일본 수입시장에서의 국가별 점유율 추이(%, %P) / 자료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