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악화에 깊은 한숨

주식거래 부진으로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증권업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년째 실적이 악화되면서 업계 구조조정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3일 실적을 발표한 동양증권은 2013 회계연도(2013년 4∼12월)에 217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영업 손실액인 312억원보다 무려 597% 늘어난 것이다. 당기순손실도 같은 기간 51억원에서 3182억원으로 60배 넘게 불어났다. 매출액은 1조784억원으로 전년(1조8135억원) 대비 40.5% 감소했다. 증권사 결산 마감월이 3월에서 12월로 변경된 것을 고려하더라도 실적 악화는 예상보다 심했다.

SK증권은 578억원 영업 손실을 기록해 전년도(116억원)보다 손실액이 397.8%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같은 기간 100억원에서 472억원까지 늘었고, 매출액은 4271억원으로 전년(6439억원) 대비 33.7% 줄었다.

동양과 SK를 시작으로 현대증권과 교보증권 등은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다. 또 다음 달에는 대우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3월께 IBK투자증권이 실적 발표를 예고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4∼12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 998억원 대비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위탁수수료 감소와 각 지점 적자 등으로 인해 지난해 7∼9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사옥을 신영증권에 매각하면서 10∼12월에는 흑자 전환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4∼9월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현대증권은 10∼12월에도 부진했다면 연간 적자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의 실적 악화는 2012년부터 본격화했지만 지난해에는 더 심해졌다. 적자폭이 커지거나 적자로 전환한 곳이 늘고, 간신히 이익을 낸 곳도 규모가 줄어들었다. 2013회계연도 상반기(2013년 4∼9월) 실적을 보면 62개 증권사 전체 순이익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0% 감소했다. 이 중 26곳은 적자를 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12월 순이익이 600억∼700억원가량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역시 지난해 4∼12월 순이익이 약 400억∼8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하거나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주요 6개사(삼성·우리·대우·현대·대신·키움)의 2013회계연도 당기순이익 예측치는 14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괜찮은 편인데도 2012회계연도 순이익(450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수익 악화는 침체된 증시환경 속 일평균거래대금이 크게 감소, 주수익원인 브로커리지(Brokerage) 관련 수익이 감소한 것이 주요인”이라며 “저수익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조기 인수합병(M&A)를 통한 업계 개편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