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T, 다시 ICT 생태계 중심에 서야

KT 주주들이 오늘 임시 주총을 열어 황창규 내정자를 새 회장으로 뽑는다. 5년 만에 온 새 수장의 행보에 KT 임직원은 물론이고 정보통신기술(ICT)산업계 눈길이 집중됐다. 그만큼 ICT산업에서 이 회사의 비중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12년 전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탈바꿈한 KT다. 지속적인 투자로 오늘날 세계 최고의 ICT 네트워크와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한 일등 공신이다. 서비스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망라한 통신 산업계 구심점 역할을 했다. 최근 그 위상과 영향력이 약해졌다. 통신 시장 포화 속에 경쟁이 치열해져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탓이 있지만 통신과 ICT 산업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 본업인 통신사업이 흔들리자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고 되레 본업만 더 망가졌다. 지난 4분기 통신부문 사상 첫 적자 가능성을 거론할 정도다. 그 사이 KT 특유의 강한 조직력까지 와해됐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온 황 신임 회장이다. 당장 실적 개선부터 시장 리더십 회복까지 산더미 같은 숙제가 그의 앞에 쌓였다. 모두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하지만 그의 행보에 따라 KT는 물론이고 ICT산업 미래가 달라진다. 반드시 성공적으로 풀어야 한다.

오랜 통신 업력으로 쌓은 경쟁력부터 복구해야 한다. 경쟁사가 부러워하는 동시에 겁을 내는 조직력을 회복해야 다른 혁신도 가능하다. 실적과 체질 개선에 필요한 구조조정 역시 이 조직력을 되살리고 극대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위상과 영향력 회복을 KT 홀로 할 수 없다. 네트워크만으로 통신사업을 하는 시절은 이미 끝났다. KT 정상화를 응원하는 후방산업계와 함께 하는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 전 회장도 취임 초반에 이를 언급했지만 말로만 그쳤다. 이를 제대로 해야 KT가 앞으로 갈 미래 방향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낸다. 생태계 구축 없이 단순 실적만 개선한다면 황 회장은 그저 그런 CEO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짧은 기간이나마 업무를 어느 정도 파악한 황 회장이다. 조직력과 생태계 회복 복안을 빨리 내놓을수록 다른 과제 해결도 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