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TV산업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는 `오버 더 톱(OTT)` 서비스의 특징 중 하나는 단말기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USB 메모리 크기의 작은 기기만으로도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지만 인터넷 콘텐츠를 TV에서 시청하려면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TV를 구입하든가 크롬캐스트 같은 별도 단말기를 써야 한다. 거의 매달 새로운 장비가 출시되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다.
미국 온라인 비디오 마케팅 매체 릴서(REELSEO)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사용되는 OTT 단말기는 총 17억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셋톱박스, 블루레이 플레이어, 커넥티드 TV, 비디오 게임기(콘솔)뿐만 아니라 애플TV, 로쿠, 박시 같은 디지털 미디어 어댑터(DMA)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자체적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표시할 수 있는 PC와 태블릿PC, 스마트폰도 OTT 단말에 포함된다. 태블릿PC는 지난해 4분기 PC 판매량을 앞지르며 가장 주목받는 OTT 단말기로 떠올랐다. 스마트TV도 증가 추세다. NPD그룹에 따르면 스마트TV 판매는 2015년까지 2억2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OTT 단말기는 로쿠다. 로쿠는 동영상 스트리밍 확산에 힘입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OTT 셋톱박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4월까지 500만대를 팔았다. 로쿠는 타임워너 케이블 TV 앱, 유튜브, 왓치 ESPN, 왓치 디즈니 채널, 왓치 디즈니 XD 등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며 인기를 높여간다. 지원 채널은 1000개에 이른다.
지난해 OTT 시장에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제품은 구글이 35달러(약 3만8000원)에 내놓은 크롬캐스트다. TV에서 편리하게 인터넷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주면서 OTT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애플TV의 대항마로 불리는 크롬캐스트는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무선, USB 형태의 쉬운 설치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구글은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HBOGo, 훌루플러스, 판도라와 계약을 맺으며 점차 콘텐츠를 늘려간다.
OTT 단말기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기기는 지난해 말 나온 비디오 게임기 X박스 원과 플레이스테이션4(PS4)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일찍부터 X박스 원을 `거실을 점령할 엔터테인먼트 기기`라고 강조해왔다. X박스 원은 넷플릭스와 훌루, 아마존뿐만 아니라 온라인 비디오 매장인 부두, 크래클 서비스도 지원한다. PS4 역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릴서는 “많은 케이블TV와 위성방송사가 OTT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올해는 클라우드 기반 DVR 시스템 등 더 다양한 OTT 장비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