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신임 KT 회장은 취임 직후 `위기론`과 `1등주의`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위기` `어려운 시기` `1등`을 연속으로 언급하며 KT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강력한 조직개편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황 회장은 27일 서울 우면동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와 직원 대상 사내방송에서 “어려운 시기에 회장으로 선택해 주신 것에 감사하고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지난 40여일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듣고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KT 상황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경쟁사 관계자는 “황 회장이 내정 이후 KT 조직을 리뷰하며 일반적 경영으로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느낀 듯하다”며 “초반부터 조직개편을 강력하게 드라이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KT는 지난해 이석채 전 회장 등 전임 경영진의 낙하산 인사, 강압적 조직관리 등 논란을 겪으며 실적과 사기가 모두 저하됐다.
28일 예정된 2013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는 최악의 성적표가 예상되고 본부와 현장 영업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이 붕괴되는 등 기초체력이 떨어진 상태다.
위기론은 이날 단행된 대대적 조직개편으로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한층 불러 넣었다. 특히 위기 원인을 전임 경영진으로 지목하고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요직에 있던 임원들을 전격 교체하며 조직 쇄신에 나섰다.
공격적 경영에도 시동이 걸렸다. 황 회장은 임시 주총에서 회장직을 수락하며 통신대표 기업, 1등 KT를 향한 새로운 출발선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가입자 기반 영업은 물론이고 유·무선 등 통신 전 분야에서 전시체제 수준 마케팅이 예상된다. 자회사, 관계사는 ICT 융합 사업에 시너지를 내는 체제로 축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전임 경영진의 독단, 불통논란을 의식한 듯 현장에 권한을 넘기고 직원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1등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이날 직원 대상 사내방송에서 “현장 중심 경영과 권한 위임으로 직원이 일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고, 신바람 나는 1등 KT를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전직 삼성전자 한 임원은 “황 회장은 뼛속까지 1등주의로 무장하고 몰아치는 스타일”이라며 “삼성전자와 풍토가 다른 KT에서 이러한 전략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력한 경영 드라이브로 노측과 갈등도 예상된다. 이날 임시주총에 참석한 KT민주동지회 측은 △노사협력팀 해체 △상시전시체제 종식 △낙하산 척결 등을 요구하며 현장에서 시위를 펼쳤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 취임일성으로 볼 때 구조조정, 성과주의 경영이 예상된다”며 “비대한 조직과 영업압박이 KT 내부 조직갈등 원인 중 하나인 만큼 체질개선 과정에서 충돌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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