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란 이런 것`, 전자부품연구원 비즈니스 아이디어만 가져오면 사업화 지원

디자이너가 이어폰과 LED를 활용해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듣고 있던 전문가들은 몇 가지만 보완하면 마니아 층에게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변리사는 특허 등록 방법을 조언한다. 평소 오디오에 관심이 많은 학계 인사는 가격 정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렇게 조언했던 전문가들이 이번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아이디어를 또 풀어놓는다. 특허·기술·마케팅·홍보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자리다 보니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사업화의 모양을 갖춘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BI연구회 모습.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발표하면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조언을 풀어낸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BI연구회 모습.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발표하면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조언을 풀어낸다.

전자부품연구원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아이디어(BI) 연구회다. BI 사업은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사업화 단계를 지원한다. 사업화에 성공할 만한 기반 기술을 갖고 있거나 아이디어를 보완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기업들이라면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세상에 없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있는 기술의 활용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전자부품연구원은 IT 분야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조합하는 일을 맡았다.

아이디어 창출은 다양한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일반 공모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발견되면 기획하고 권리화(특허출원)하는 것은 물론 투자처도 연계해 준다. 개발된 기술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면 R&D도 지원한다.

이와 함께 4개 대학을 선정해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도 모으고 있다. 최근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치중되다 보니 완성형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각계의 조언을 받아주는 식이다.

아예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 이들의 아이디어를 완성하는 BI연구회도 꾸렸다. IT·인문·예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현하기 위해 조언도 해주지만 각자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직접 내놓는다. 전기 요금을 사전에 계산해주는 서비스, 음정·박자가 틀린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해 주는 노래방 서비스,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를 이용해 충전 걱정 없이 능동형으로 작동하는 고주파(RF) 통신 모듈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발된 아이디어는 또 한번 전문가 집단의 평가를 거쳐 사업화 단계를 밟게 된다.

현재 전자부품연구원은 이렇게 모은 100여건의 아이디어를 놓고 사업화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선행 기술 조사와 전문가 평가를 받는 중이다. 전자부품연구원 신찬훈 본부장은 “있는 기술을 잘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고부가가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향후 R&D의 방향을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