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설로 한국증시 휘청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장중 1900선이 무너지는 등 한국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했다.

코스피지수는 바로 1910선을 회복했으나 신흥국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시장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6%(30.22P) 내린 1910.34에 거래를 마쳤다. 아르헨티나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맞은 첫 거래일인 이날 개장과 동시에 1900선 아래로 떨어져 `블랙 먼데이`가 점쳐졌지만 바로 191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8월 28일(1884.52)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며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가 23일에만 11.7% 급락하는 등 위기 징후를 보이면서 지난 주말 일제히 급락한 국제증시 여파가 한국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5146억원어치를 내다팔았고 개인도 22억원어치 순매도를 보였다. 반면에 금융투자(1800억원)와 투신(1673억원)이 사들인 것을 포함해 기관은 519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모든 업종이 내렸으며 화학(-2.52%)과 통신업(-2.37%), 서비스업(-2.37%), 종이목재(-1.96%)의 낙폭이 컸다.

신흥국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날 원화가치도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5.1원 오른 1085.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나 소폭 조정되면서 3.2원 오른 1083.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흥국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24일 2% 안팎으로 급락한 만큼 한국도 이런 시장 흐름을 일부 반영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어느 정도 예측했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신흥국과 달리 단기부채 비중이나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 펀더멘털이 좋아서 한국으로 전이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며 “시장이 곧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흥국 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나 터키는 교역과 투자 등 측면에서 한국과 관계가 거의 없는데다 수출이나 수입으로 봐도 전체의 1%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와 금융시장은 다만 시장 불안이 신흥국 전체로 파급되면서 `신흥국과 동조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특정 국가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선진국으로 전염되고 나서 한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은 우리나라는 신흥국과 차별되는 펀더멘털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되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위험 요인이 확산될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오전 기재부 간부회의에서 신흥국 시장 불안 상황을 보고받고 `꼼꼼하게 챙기라`고 관련 라인에 당부했다. 또 위험 관리 등 측면에서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확대 간부회의를 열어 “시장이 불안하고 FOMC 회의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며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서 막연한 불안감이 없도록 면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