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구글이 서로 특허 라이선스를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에서 최고 기업이 핵심 자산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로 엄청난 시너지와 파괴력이 생긴다. 기술 산업계를 소용돌이로 몰고 간 특허 소송전 판도는 물론이고 미래 기술 혁신 구도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양사 합의에서 주목할 대목은 양사가 기존 특허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특허도 공유한다는 점이다. 미래 특허 공유도 그러하지만 10년이라는 기간도 매우 이례적이다. 양사가 강한 결속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미래 기술 혁신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이 삼성 특허를 활용해 단말기 경쟁력을 높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내에서 흘러나온다. 미래기술까지 공유하는 강한 협력 관계를 감안하면 짧은 생각이다.
두 회사의 특허 공유는 고조된 특허 소송 위협에 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벌이는 특허 소송전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애플이 대주주로 마이크로소프트, 블랙베리, 에릭슨, 소니 등이 참여한 특허관리 컨소시엄은 구글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노텔로부터 인수한 특허를 이용한 압박이다. 중국 화웨이는 이미 굴복했다.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개별적으로 특허 라이선스를 합의한 삼성은 더 강한 우군이 필요했고, 구글을 선택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에릭슨과 특허침해 소송을 전격 합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보면 올해에도 특허전쟁은 계속되고 아마도 더 치열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기술 특허 소송은 매우 변질됐다. 특허가 혁신을 촉진하는 시발점이 아니라 시장 경쟁자를 죽이는 도구로 더 많이 쓰인다. 세계 기술산업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특허 공유로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을 넘어 왜곡된 특허전 풍토를 바로잡는 선봉에 서야 한다. 그래야 세계 기술 산업계의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더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