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오는 민족대명절 설. 해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당신이라면 이번 설에는 영화를 보며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것은 어떨까. 설 연휴를 맞아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영화들이 대거 개봉했다.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넛잡`…이젠 동네 영화관에서
레드로버가 만든 토종 애니메이션 `넛잡`이 애니메이션 본고장 할리우드에서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할리우드 개봉 2주 만에 매출 4000만달러를 올리며 질주 중이다.
도심 속 공원의 말썽쟁이 다람쥐 설리만 나타나면 모든 일이 엉망이 된다. 설리 때문에 공원에 사는 동물들은 항상 걱정투성이다. 설리는 공원에 사는 모든 동물의 겨울나기 식량창고인 떡갈나무를 홀랑 태워먹는다. 설리는 결국 공원에서 추방되고 그의 곁엔 마음 착한 생쥐 친구 버디만 남는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량을 찾아 도시로 떠나는 설리와 버디. 평온했던 공원과는 달리 텃세 심한 도심에는 여기저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절망만이 남았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순간, 기적처럼 설리와 버디 앞에 땅콩가게가 나타난다. 그러나 그 땅콩가게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은행털이 강도범들의 위장 은신처였던 것이다. 설리와 친구들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까.
◇칠순 할매, 스무살 꽃처녀로 변신
검버섯 핀 얼굴엔 가득한 주름살. 그러나 이 세상 모든 할머니들도 스무살 꽃처녀 시절이 있었다. 스무살 꽃처녀가 된 칠순 할매의 빛나는 전성기를 다룬 `수상한 그녀`가 개봉했다.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독립(?)시키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밤길을 방황하던 할매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난생 처음 곱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 그녀는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 날렵한 몸매. 주름진 할매에서 탱탱한 꽃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모습에 그녀는 스무살 `오두리`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즐겨 보기로 마음먹는다.
◇사랑의 시작과 끝을 다룬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은 빈칸들로 점철된 미래의 답을 찾고 있는 문학소녀다. 피에르 드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아델` 앞에 어느 날 파란 머리의 대학생 `엠마`(레아 세이두)가 나타난다. 단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치며 지나친 인연이지만 그날 이후 아델과 엠마는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이끌린다. 미술을 전공한 엠마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캔버스 안으로 아델을 초대한다. 아델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몰랐던 뜨거운 감정을 느낀다. 평온하기만 했던 아델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는 최근 2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