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신뢰도 치명타.. 환전소 CEO 돈세탁 혐의로 체포

비트코인을 마약 밀거래와 돈세탁의 통로로 악용한 사례가 터졌다. 향후 통화로서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비트코인 거래소 설립자이자 비트코인 재단 부회장인 찰리 쉬렘과 그의 동업자가 마약 밀거래에 연루돼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쉬렘 부회장은 비트인스턴트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파이엘라와 공모해 마약밀거래 사이트인 `실크로드` 사용자에게 100만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활동을 해온 쉬렘 부회장은 관련 업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비트코인 사용을 촉진하고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는 재단의 부회장이자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인스턴트`를 만들었다.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뉴욕 맨해튼 바의 공동 소유주이기도 하다.

쉬렘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윙클보스 캐피털에서 150만달러 투자를 받아 비트인스턴트를 세웠다. 이 환전소는 비트코인 열풍의 발원지다. 지난 해 미국 규제당국이 비트코인 사업가에게 돈세탁 방지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면서 문을 닫았다.

쉬렘 부회장의 체포로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충격에 빠졌다. 비트코인 사업의 대명사로 추앙받던 인물이 이를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뉴욕 JFK공항에서 체포된 쉬렘 부회장은 허가받지 않은 돈을 이용해 사업계획을 전달했다는 등의 혐의로 현재 기소됐다. 파이엘라 CEO의 불법행위 연루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플로리다 자택에서 체포된 파이엘라는 2011년 12월 이후 거의 2년 동안 실크로드 사이트에서 암암리에 비트코인을 거래해 왔으며, 쉬렘 부회장은 파이엘라에게 의혹을 피하면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쉬렘 부회장을 기소한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의 프릿 바라라 검사는 “쉬렘 본인도 실크로드에서 직접 마리화나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바라라 검사는 이어 “다른 전통적 화폐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역시 돈세탁이나 범죄를 위해 이용된다면 법을 집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