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전 베이징전자관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BOE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로 성장한 비결은 지난 2003년 당시 한국 업체인 하이디스를 인수하면서다.
백라이트유닛(BLU)과 조명, 태양광 사업까지 두루 펼치던 이 회사는 하이디스를 사들이면서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출발은 1980년대 미국에서 들여온 TN-LCD 기술이었지만, 주력 산업으로 키우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1998년부터 태스크포스를 꾸려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을 타진해온 BOE가 선택한 것은 인력과 생산 시설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기업 인수였다. 지금도 하이디스 출신 한국 인력들은 BOE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다.
BOE만이 아니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고속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과 함께 한국·일본·대만으로부터 영입한 인력들이 큰 역할을 했다. 이미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인력 이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력 이동은 주로 사업부 인수와 사업 제휴, 퇴직 인력 영입 등을 통해 이뤄졌다. 티안마에 NEC 출신 일본 인력들이, CEC판다에 샤프 출신 엔지니어들이 포진한 것은 사업 인수와 제휴 영향이 크다.
일본 NEC는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2011년 티안마 모회사인 AVIC 인터내셔널 그룹에 중소형 패널 사업부의 지분 70%를 매각했다. 이후 NEC의 개발자들이 티안마로 옮겨가면서 소형 LCD 패널 뿐만 아니라 OLED 기술력까지 전수됐다. CEC판다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에는 CEC판다가 자금을 출자하고 샤프가 독자적인 패널 이그조(IGZO)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난징에 합병회사를 설립했다. CEC판다의 차후 8세대 생산 라인은 샤프의 기술진들이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퇴직 인력들도 중국행을 탔다. 국내 삼성·LG에서 임원을 지낸 인물들이 중국에서는 영입 1순위다. 퇴직 인력이라는 점에서 분쟁을 피할 수 있는데다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직 엔지니어 영입은 가장 민감한 문제다. 최신 기술이 유출될 수 있어서다. AUO는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중국으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임금을 대폭 인상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정보기관까지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사업장별로 한국인이 수십명씩 포진해 있다”며 “핵심 기술을 보유한 일본 엔지니어들과 중국어가 가능한 대만 인력들도 중국에서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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