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통신업계 수익 크게 악화…과열 마케팅·과징금 폭탄 여파

통신 업계가 지난해 4분기 극도의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치킨게임` 형국으로 서로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며 지출한 마케팅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보조금 과징금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새 CEO를 맞이한 KT는 그동안 부실을 털어내면서 합병 이후 두 번째 적자를 기록했다.

KT는 28일 2013년 매출 23조8106억원, 영업이익 87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은 -1494억원, 매출 6조2145억원으로 지난 2009년 4분기에 이어 합병 이후 두 번째로 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 4분기는 적자는 당시 대규모 명예퇴직에 따른 일시적 지출(퇴직금)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업 실적만 놓고 봤을 때 합병 이후 처음 기록한 적자다. KT 별도기준으로는 2000억원을 훌쩍 넘는 2317억원의 적자를 봤지만 계열사가 벌어들인 이익이 그나마 적자를 줄였다.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3만2160원으로 전 분기보다 2.6% 올랐는데도 적자를 기록할 만큼 큰 손실을 기록하면서 새 CEO를 맞이한 KT의 `빅 배스(Big Bath·경영진 교체기에 잠재 부실이나 이익 규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회계기법)`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KT는 4분기 자산처분손실로 500억원, 휴대폰 단말기 등의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700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두 종류의 손실을 4분기 집행한 것은 KT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의도적으로 황창규 회장 취임 전인 지난해 장부에 모두 반영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마케팅 비용도 상당했다. KT는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15.5%, 전 분기보다는 25.3% 많은 7557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 8월 일주일간의 단독 영업정지 등으로 악화된 가입자 유치 실적을 4분기 집중 회복에 나서면서다.

덕분에 이동통신 가입자는 오랜 감소세를 벗어나 순증 추세로 돌아섰다. 김영우 KT IR담당 상무는 “광대역 서비스 개시 이후 고객 인지도 측면에서 압도적 1위로 올라섰으며 대리점 인센티브 강화 정책으로 유통망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며 “번호이동이 지난해 3분기 월평균 3만명 순감에서 3분기는 1만명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가입자 추세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설비투자 가이던스도 합병 이후 처음으로 3조원 이하인 2조7000억원을 제시, 실적 회복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지난해 매출 16조6021억원, 영업이익 2조11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2.9%, 16.2% 증가했다. 외형상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SK하이닉스 등 연결 계열사의 이익을 제외하면 성장 폭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4분기만 따로 보면 매출은 4조2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로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5097억원으로 전년보다 -5.4% 줄었다.

KT와 마찬가지로 ARPU는 상승, 전 분기보다 2.1% 높은 3만5650원을 기록했지만 마케팅 지출이 컸다. 4분기 마케팅 비용은 8420억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560억원도 손실로 반영됐다. 다만 연간으로 봤을 때는 전년보다 마케팅 비용을 1.3% 줄여 `기존 가입자 지키기` 전략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수철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CFO)은 “2013년은 경쟁 패러다임을 상품·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고 성장사업 근간을 마련한 해”라며 “2014년에도 차별화된 네트워크 경쟁력과 고객가치 지향 특화된 서비스로 확고한 리더십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SKT 2013년 연간·4분기 실적(연결기준·Y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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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