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충남 부여군 홍산면 양계장에서 죽은 닭이 발견됐다. 전북 동림저수지에서는 가창오리떼가 집단 폐사했다. 조류독감(AI) 때문이다. 보통 철새처럼 야생조류는 조류독감 증세가 겉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AI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야생조류도 AI에 감염된 다른 조류의 분비물을 통해 감염됐다가 닭이나 오리처럼 사육 가금류에게 독감을 전파하기도 한다. 특히 철새처럼 지역을 이동하는 조류는 광범위하게 독감을 퍼트릴 수 있어 위험성이 높다.
#독감 바이러스는 3가지 항원형으로 구분된다. A형은 사람과 조류, 돼지에 감염될 수 있다. B형은 사람 간 감염으로 질환을 일으킨다. C형은 사람과 돼지만 감염된다. AI는 A형 바이러스로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다제(N) 등 두 단백질 구조로 다르게 분류한다. H항원은 0~16, N항원은 0~9까지 나눌 수 있다. H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수용체에 붙는 역할을 한다. N은 한 개 세포에서 증식을 마친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로 이동하게 만든다.
사람 면역체계는 항원과 항체 반응으로 외부 독소 침입에 대응한다. 항체는 문제가 되는 항원에 붙어 공격하고 독소를 제거한다. 몸 속 항체는 H를 인식해 수용체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공격한다. N은 번식을 마친 바이러스 세포가 다른 세포로 이동하지 못하게 붙잡아둔다.
다양한 H와 N은 돌연변이로 RNA 구조가 바뀔 수 있다.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표면 항원이 변이를 일으키고 유사형태 항원이 탄생한다. 항체에 대한 내성이 생기거나, 항체가 바이러스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설 연휴를 맞아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각자 고향을 찾아 차량 등으로 이동하면서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가금류 집단폐사의 원인이 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H5N8형 조류독감이다. H5N8형은 1983년 아일랜드 칠면조 농장에서 처음 발견됐다. 지난 2010년 중국 야생오리 감염 사례가 나오는 등 익숙하지 않는 독감 바이러스다. 오리와 철새, 닭에게 증상을 보이지만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됐다는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에서 H7N9형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비둘기에서 H7N9형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H7N9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여러 독감 바이러스가 숙주 몸안에서 재조합돼 탄생한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3가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동시에 감염된 조류 몸 안에서 바이러스끼리 섞이면서 나타난 변종이라는 분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중국국립인플루엔자센터는 H9N2형, H11N9형, H7N3형 바이러스가 H7N9 바이러스의 조상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H7단백질이 돌연변이를 통해 사람 세포에 침투할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2012년 영국 캠브리지 대학연구팀은 1997년 600여명 사람을 감염시키고 그중 절반을 사망에 이르게 한 H5N1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확산돼 사람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얻기 위해 세가지 돌연변이 항원만 만들면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 숙주에서 진화할 수 있는 이 돌연변이는 자연적인 상태서도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학연구센터에서 연구 중인 론 푸시에 박사는 변형된 조류 독감이 포유류 등에도 쉽게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섯 개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조류가 아닌 포유류끼리 전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푸시에 박사팀은 네 마리 흰담비 코에 변형시킨 바이러스를 묻힌 결과, 그 중 세 마리는 공기를 통해 주변 흰담비를 감염시키는 결과를 확인했다. 흰담비는 사람과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병을 앓는다. 때문에 돌연변이 바이러스와 같은 방식으로 사람 사이에서 전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과 일본 도쿄대 공동연구팀은 H5N1 변종 바이러스에서 H를 만드는 유전자를 빼 인간 호흡기 세포와 잘 맞는 유전자로 변이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바이러스에 유전자를 더 변이시킨 잡종 바이러스를 흰담비에게 주입한 결과, 호흡기를 통해 다른 흰담비를 감염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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