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박스 오피스 2위, 북미 3400여개관 동시 개봉, 개봉 10일 만에 436억원 매출!
한국 중소기업 `레드로버`가 애니메이션 `넛잡`으로 미국에서 거둔 성과다. 넛잡의 성공은 기존 해외 진출 성공 방정식을 모두 깼다.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이, 게다가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 본토 미국에서 성공했다.
넛잡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미국이라서 가능했다. 이름도 모르는 조그마한 외국 중소기업의 스케치 영상을 보고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 오픈로드는 바로 북미 배급을 결정했다. 오픈로드는 배급홍보비(P&A)에 2300만달러(약 245억원)를 투자했다. 북미에서는 3400여개관 개봉을 확정했다. 레드로버가 가진 보이지 않는 캐릭터의 가능성만 보고 투자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는 똑같이 한국 투자배급사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 애니메이션을 세계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말하자 `양치기 소년`이라는 말만 들었다. 스케치 영상을 봐도 선뜻 투자하는 곳이 없었고,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대부분의 콘텐츠 기업들이 당면한 차가운 현실이다. 콘텐츠 특성상 부동산 등 보이는 자산과 달리 보이지 않는 자산을 가진 기업들은 투자와 대출을 받기 힘들다. 아무리 좋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이러닝 콘텐츠 수백편을 갖고 있다고 설명해도 자산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돈이 없으면 아이디어는 허공에서 사라진다. 넛잡 한편을 만드는데 제작비만 450억원이 들어갔다. 이처럼 좋은 캐릭터,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자금 수혈을 위해 콘텐츠코리아펀드·콘텐츠공제조합 등의 규모를 더욱더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1928년 처음 세상에 나온 미키마우스는 85년 동안 대중의 가슴 속에 살아있다. 매년 5조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 캐릭터의 가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창출된다. 이제는 제2의 `넛잡`을 위해서라도 보이지 않는 콘텐츠가 가진 가능성과 좋은 콘텐츠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