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Coin)`은 신용카드 여러 장을 하나에 모아 관리하는 전자 신용카드 `온리코인(OnlyCoin)`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온리코인 한 장에 모든 신용카드 정보를 복사해 넣는다. 작은 디스플레이와 버튼이 달렸지만 크기와 두께는 일반 신용카드와 같다. 지난해 11월 별다른 홍보 활동 없이 자사 홈페이지에 시제품을 공개하고 사전주문을 받았는데 40분 만에 모두 팔렸다. 이후 추가 판매도 완판 행렬. 본격 시판은 올 여름으로 미국 언론도 주목하는 결제시장의 샛별이다.
-정진욱(글로벌뉴스부 기자)=온리코인은 어떤 방식으로 쓰는가.
▲이은우(소프트뱅크벤처스 상무)=온리코인은 스마트폰 카드결제기기 `스퀘어`와 비슷한 모양의 리더기와 함께 제공된다. 리더기를 스마트폰에 연결해 신용카드를 긁으면 마그네틱에 담긴 카드 정보가 저장된다. 스마트폰과 온리코인은 블루투스로 연결돼 신용카드 정보가 자동으로 온리코인에 담긴다. 사용자는 수많은 신용카드 대신 온리코인 한 개만 가지고 다니며 결제한다. 디스플레이 창으로 카드를 확인하고 버튼으로 입력하면 특정 카드를 선택해 결제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멀어지면 경고음을 내는 부가 기능도 있다.
-정진욱=온리코인 추천 이유는.
▲이은우=접근방식이 좋다. 많은 스타트업 고민이 마케팅이다. 제품을 만들어도 알릴 방법이 없다. 온리코인은 `킥스타터`를 활용하지도 않고 회사 홈페이지에 동영상 하나 올려서 빠른 성공을 일궈냈다. 새로 사용법을 익히는 불편함을 최대한 줄였다. 온리코인은 평소처럼 카드를 긁는 것으로 끝이다. 신용카드 여러 장이 귀찮다는 누구나 가진 불편함을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2분짜리 서비스 동영상만 봐도 그 의미와 얻을 수 있는 효용을 이해할 수 있다. 그 결과 사전판매로 제품 수천 개를 팔아치우며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 언론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며 충분한 홍보 효과를 누렸고 제품 상품성도 확인했다. 사용자 이용 방법을 바꾸지 않는 접근이 가장 빠른 길임을 보여준다.
-정진욱=온리코인의 비즈니스모델은.
▲이은우=아직은 제품 판매다. 6월 사전주문자에게 제품을 전달한 후 하반기 본격 판매에 나선다. 제품 판매 이익은 일부에 불과하다. 제품을 활용한 엄청난 가능성을 가졌다.
-정진욱=엄청난 가능성이란 무엇인가.
▲이은우=내가 코인의 대표라면 어느 순간 온리카드를 무료로 뿌릴 것이다. 대신 사용자의 모든 결제정보를 얻는다. `당신의 결제정보를 주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전자 신용카드를 줄게`라고 설득한다. 물론 사용자 익명성 보장은 기본이다.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며 결제정보를 획득한다. 개인의 구매 이력은 가장 가치 있는 정보다. 무엇을 사는데 얼마를 썼는지, 어떤 물건을 반복 구매하는지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개인의 모든 신용카드를 담는 온리카드는 카드회사별로 나뉜 정보가 아닌 통합된 정보를 가진다.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 효율을 높이는 건 모든 카드사의 고민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고객이 지난달 결제한 10곳의 행사정보와 쿠폰을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 `오퍼박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온리코인의 발전 방향은 미국 신용카드 정보 분석회사 `카드리틱스(Cardlytics)`에서 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카드사가 가진 고객 구매정보(빅데이터)를 분석해 유의미한 프로모션을 제안한다. 카드사에서 고객정보를 받아 빅데이터 분석 후 알맞은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온리코인도 충분히 이런 기업으로 발전 가능하다.
-정진욱=카드리틱스 같은 기업이 이미 활동 중이다. 온리코인이 더 나은 점은.
▲이은우=카드리틱스는 정보 소유권이 없다. 고객사에게 제공받는 한계가 있다. 온리코인은 쿨한 제품 제공 대가로 정보 소유권을 획득한다. 고객은 자신의 정보를 그냥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익명성 보장을 전제로 가치를 느끼는 제품을 무료로 얻을 수 있다면 고려할만 하다. 이는 온리코인만 할 수 있는 제안이다.
정보 소유권이 없는 카드리틱스는 솔루션 공급자로 끝날 수 있다. 고객 정보를 획득하면 당장 갑을이 바뀐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정보를 합쳐 더욱 유의미한 분석이 가능하다. 온리카드가 카드회사에 구애받지 않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매력적인 프로모션을 기획하면 카드사가 달려든다. 수수료를 높이며 카드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정진욱=온리카드 같은 접근이 국내에서도 가능할까.
-▲이은우=국내에서 가능성이 더 크다. 온리코인이 고객 결제정보를 얻는 방법은 카드 사용 내역을 문자나 앱 푸시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국내 카드사 대부분은 사용내역을 문자로 통보하거나 관련 앱으로 제공한다. 결제 내용을 담은 문자 자동 인식은 안드로이드에선 가능하지만 iOS에선 막혀있다. 국내는 안드로이드 비율이 90%가 넘는다. 카드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앱 설치를 유도하면 고객 결제정보를 쉽게 획득한다. 문자 통보와 안드로이드가 활성화된 국내 시장과는 궁합이 더 좋다.
-정진욱=온리코인을 써도 카드 한 장은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카드 없는 모바일 결제가 더 나은 서비스 아닌가.
▲이은우=모바일 결제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다. 일단 모든 상점의 포스(POS)에 NFC 단말기가 깔려야 한다. 고객은 모두 스마트폰을 지녔지만 각 상점 포스 상당수는 이를 인식 못한다. 무엇보다 모바일 결제는 소비자 행태 변화를 요구하는 아직은 불친절한 서비스다. 앱을 깔고 정보를 넣고, 결재할 때 마다 앱을 찾아 실행하는 건 익숙하지도, 편하지도 않다. 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서비스는 실패한다. 장기적으로 모바일 결제로 간다고 해도 현재로선 온리코인 같은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정진욱=신용카드를 한 장에 담는다는 조금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왜 이제야 실현된 걸까.
▲이은우=기술적 이슈 때문이다. 마그네틱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하고 카드와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구현도 쉽지 않다. 전자 카드인 만큼 배터리도 필요하다. 배터리 소비를 최소화하는 저전력 기술이 핵심이다. 온리코인은 이 모든 기술적 난관을 해결했다.
-정진욱=온리카드 모델 창업을 준비하는 팀에게 조언한다면.
▲이은우=기술적 허들을 넘어야한다. 온리코인 특허도 침해하지 않아야한다. 법률적 이슈도 있을 수 있다. 신용카드 복사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아직 기준이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에겐 기회다. 논란을 우려한 대기업은 하기 힘들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치고나가며 여론을 선도한다. 카카오톡도 처음엔 무료 문자와 통화 문제로 논란 있었지만 많은 사용자를 내 편으로 만들며 돌파했다.
-정진욱=온리카드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의향은.
▲이은우=처음 온리카드를 보고 회사 메일로 공유했는데 바로 투자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기술력 있고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거대 카드사와 거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역량 갖춘 팀이라면 무조건 투자심의위원회에 올릴 거다. 기업 가치는 100억원 이상이 될 거다.
-정진욱-온리카드에서 배울 점은.
▲이은우=사용자게에 많은 걸 요구하지 말자. 핵심을 단순하게 구현한 송곳 같은 서비스가 가치를 가진다.
이은우 상무가 평가한 온리코인
코인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