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불황 여파로 국내 소재 기업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용 소재가 수익 견인차 역할을 해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소재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은 대부분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으나 자동차용 소재는 견고한 성장세를 예고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0.5% 감소한 LG화학은 SSBR(솔루션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 등 신규 투자한 제품이 올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SSBR은 친환경 타이어 핵심 원료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6만톤 규모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LG화학은 SSBR 분야에서 후발주자지만 수요가 뒷받침되는 시장인 만큼 1분기부터 성과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LG화학은 자동차 부품에 주로 쓰이는 ABS(고부가 합성수지) 등 자동차용 소재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LG하우시스는 자동차용 소재 사업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소재 업계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회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9%, 영업이익은 무려 102% 증가해 주목받았다.
LG하우시스는 그동안 중국에 자동차용 원단 생산 라인 구축을 비롯한 투자를 늘려왔다. 덕분에 투자가 마무리된 지난해 영업이익 갑절 성장이라는 결실을 맛봤다. 자동차 대시보드나 도어트림 등에 사용되는 원단은 LG하우시스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제품 중 하나다.
광학 필름 의존도가 높았던 SKC도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윈도 필름을 비롯한 자동차용 소재에 주목했다. 기존 광학용 필름이 고수익 제품이지만 디스플레이 시장 침체로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SKC는 피마자유를 사용한 친환경 자동차 소재 바이오폴리올과 진동·소음 흡착(NHA) 폴리우레탄 소재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다. 자동차 범퍼나 대시보드 후면에 사용되는 폴리우레탄 원료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C는 폴리우레탄 업체에 PO를 공급했으나 PO의 다운스트림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탄소섬유도 소재 업계 기대주로 꼽힌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해 탄소섬유 1호기 공장 가동에 이어 오는 3~4월 2호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국내에서 탄소섬유를 생산해 국내외 자동차 업계에 공급하고 있다. 도레이와 협력해 온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탄소섬유를 파노라마 선루프에 적용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소재는 공급원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며 “첨단 소재 일수록 채택량이 늘어 성장성이 좋다는 것도 소재 업체들이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