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차세대 기지국 플랫폼 `C-RAN` 기술 리더십을 놓고 한·중·일 통신사업자들이 자존심을 건 개발 경쟁에 나섰다.
C-RAN은 중앙집중화(Centralized)·클라우드(Cloud) 컴퓨팅·저탄소(Clean)·협력식(Cooperative)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알파벳 C와 무선기지국장치(RAN)을 합한 용어다. 기지국 성능은 높이면서 설비 투자·운용비용을 최대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이통사는 C-RAN 관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며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중국·일본의 후발 기업의 추격도 만만찮다. 차이나모바일·NTT도코모 등 현지 1위 이통사는 각각 올해 C-RAN 도입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SKT·KT, 차세대 C-RAN 기술 도입
2011년 LTE 상용화 이전부터 3세대(G) 통신에도 C-RAN 기술 도입을 시작한 SK텔레콤과 KT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이통사로 평가받고 있다. LTE에 보다 특화된 C-RAN 기술도 속속 개발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달 인텔과 함께 가상화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기지국 플랫폼 시연에 성공했다. 가상화 기술을 인텔 제온 프로세서 기반 서버로 구성된 기지국에 적용해 LTE 데이터를 고속으로 끊김없이 송·수신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C-RAN 방식이 제조사나 통신 전용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중앙집중식 디지털유닛(DU)을 채택했다면, SK텔레콤의 가상화 RAN은 범용 프로세서(GPP)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로 DU를 집중화·가상화한 구조다.
소프트웨어 변경만으로 기능 업그레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능형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폭증하는 모바일 데이터 수용을 위해 통신과 IT 분야의 융합을 통한 네트워크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T 역시 3G 시장에서부터 시작한 C-RAN 기술인 CCC(Cloud Communication Center)를 LTE 버전으로 진화, 발전시키고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설비투자비(CAPEX)를 줄여야 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가상화·중앙집중화 RAN 방식은 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KT는 올해 CAPEX를 지난해보다 8000억원 적은 2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차이나모바일·NTT도코모 “2015년 C-RAN 적용”
차이나모바일은 C-RAN 시장에서 가장 큰 수요처로 꼽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ABI리서치는 “차이나모바일이 2015~2016년 C-RAN 기술을 중국 내 자사 LTE 상용망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차이나모바일은 가입자 수가 7억6000만명을 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로 올해부터 LTE-TDD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LTE 상용화와 동시에 C-RAN 기술 적용을 추진해 이듬해부터 본격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웨이·ZTE 등 자국의 글로벌 통신장비기업들과 협력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1위 통신사인 NTT도코모 역시 LTE-A 네트워크 구현을 C-RAN 방식을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NTT도코모는 자사가 적용할 C-RAN 플랫폼을 `어드밴스트 C-RAN`으로 이름짓고 매크로 기지국과 스몰셀, 차세대 LTE 기술인 `펜텀셀(Phantom Cell)` 간 주파수 집성 기술, 중앙집중화된 기지국 제어 기능 등을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TT도코모 측은 “어드밴스트 C-RAN을 통해 네트워크 성능을 높이고 새 주파수 대역의 활용도를 증진할 것”이라며 “2015년 상용화를 위한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통신사 관계자는 “동아시아 3국 이통사의 기술 리더십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