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R&D 현장 "지역 R&D 포괄보조금 도입으로 자율성 줘야"

연구개발(R&D) 예산 배정과 관련해 지역에 자율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현실에 맞는 예산 조정과 효율적인 지역 R&D 사업을 추진하려면 지역 주도형 `R&D 포괄보조금 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것이다. 지역 R&D 전담기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2010년 개편된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에 따라 시행 중인 포괄보조금 제도를 R&D사업에도 적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괄보조금은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포괄적으로 지정하면 시도별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 기획과 설계를 자체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도시환경 개선, 지역사회기반 시설 확충, 문화·예술 진흥사업 등이 포괄보조금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R&D 사업은 빠져있다.

송미령 농촌경제연구원 농촌정책연구부장은 “지역 R&D현장에서 중앙정부 개별 사업 예산을 따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지방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R&D 사업 추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지자체 과학기술유관기관 현장 의견 수렴 결과, 12개 시·도 지자체가 자체 R&D 사업을 기획·추진하기 위해 중앙정부 예산 지원 제도를 개선을 건의하기도 했다. 지역별로 △목적을 정하지 않은 R&D 자금이 분배돼야 지역 특화 R&D를 기획·추진 가능(인천) △지역 재정여건을 고려한 R&D 지원과 자율적 R&D 사업을 위한 포괄보조금 검토 필요(경기) △지자체가 기획하고 중앙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역 매칭 제도 도입(전북) 등을 건의했다.

2012년 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139개 시군 포괄 보조금 담당공무원 2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포괄보조금 제도 도입 이후 `시·군에 필요한 사업계획과 추진 가능성 증대` `예산 편성 절차 단순화` 등이 개선 성과로 꼽혔다. 지역 R&D 현장에서는 “R&D 사업에도 포괄 보조금 제도를 도입해 R&D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포괄보조금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 수요에 맞는 예산 배분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스스로 R&D 기획·추진 능력을 확보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세홍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 정부에서 사업 성과나 추진 현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역 R&D 전담기관 설치로 기획 평가, 조사 분석 등을 수행하면 R&D 포괄보조금 제도의 한계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KISTEP은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사업 운영상의 재량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기획·관리하는 지역 R&D포괄보조사업 시행, 지역 R&D 전담기관 구축 등을 논의하기 위해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역 과학기술 유관기관 토론회`를 개최한다.

◇포괄보조금 제도= 중앙 정부에서 지방 정부에 이전하는 재원 중 하나. 재정 지원을 받는 지방정부가 사업 운용에 재량을 가지고 포괄적인 기능 영역에 사용할 수 있다. 중앙 정부가 특정 목적을 지정하기는 하지만 지방 정부가 개략적인 요건을 만족시키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통제를 하지 않는 보조금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