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즈니스모델이 너무나 환상적인가? 세계 최초인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멋진 아이디어인가? 대박인가? 생각할수록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가? 누가 훔쳐보고 따라할까 불안한가? 누구도 당신과 토론해서 이기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창업가로서 당신은 심각한 함정에 빠진 상태다.
환상적인 비즈니스모델은 많은 경우가 `피상적`인 지식에 근거한, `포괄적`인 시장을 지배하는, `모호한` 전략의,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SF소설과 다를 바 없다. 슈퍼맨 영화를 보고 나도 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 정신으로 5층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유치원생과 같다.
`기존에 제대로 된 것이 없어서`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는 많은 경우 제대로 된 것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거나, 개인적 취향과 맞지 않았거나, 관점이 다른 때다. 제대로라는 말은 실체가 모호한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말이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얼핏 보면 한국은 작아서 만만해 보이지만, 막상 한국에 내려 직접 도전해 보면 대한민국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을 차치하더라도 구청장 자리 하나 꿰차는 것도 쉽지 않다. 허름한 뒷골목에도 골목대장이 모두 터를 든든히 잡고 있다. 내가 발디딜 틈이 없다는 걸 발견한다.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 사업 이야기다.
기존 회사나 경쟁자들을 폄하하면서 그 위에 비즈니스모델을 세우면 사상누각이다. 언론에서 삼성을 비판한다고, 파워블로거가 네이버를 우습게 본다고 해서 스타트업인 나까지 덩달아 그들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모델의 우물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밖으로 나가 행동하지 않고 책상에서 생각만 하면 비즈니스모델이라는 우물에 스스로 갇힌다. 그 우물에 빠져 실패하면 실패하고도 배우지 못한다.
비즈니스모델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눈과 능력은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억 원의 투자와 같은 가치를 지녔다. 장기적으로는 변화하는 미지의 미래를 헤치고 나갈 중요한 조종간을 손에 넣는 것이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