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산업계에 외주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산업 전반으로 외주제작이 확대되면서 외주제작의 양적 성장이 이어졌다. 지상파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등 기존 방송영상콘텐츠 플랫폼 뿐 아니라 IPTV 등 뉴미디어 플랫폼까지 등장하면서 독립제작사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실적으로 독립제작사 시장은 일부 쏠림현상을 제외하면 꽁꽁 얼어붙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방송프로그램 제작, 방송 출연 표준계약서`를 지난해 7월 내놓았다. 업계는 표준계약서가 법적 강제성이 없어 이미 잘못된 생태계를 바로잡는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독립제작사협회는 제작비 구조가 자율적으로 조정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하는 표준 제작비 규정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대식 독립제작사협회 실장은 “표준계약서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수준에 그친다”며 “가장 큰 문제인 제작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지금 상황은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배 실장은 “정부가 중심이 돼 방송사와 제작사가 인정할 수 있는 연출, 촬영비 등 표준제작비 항목을 세부적으로 정해야 제작비 현실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제작사들이 인건비가 많이 드는 프로그램을 주로 만드는 만큼 인건비를 제대로 책정해 제작비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는 “독립제작사들이 외주를 맡은 프로그램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찍어야 되는 노동집약적 프로그램이 많다”며 “독립제작사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제대로 책정한 표준 제작비를 받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제작사가 저작권을 가져야 올바른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해결 방안도 제시됐다. 방송사의 재정상 제작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저작권이라도 독립제작사에 돌려주면 수익창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독립제작사 대표는 “소설가가 소설을 출판한다고 저작권이 모두 출판사에 귀속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저작권을 갖고 있으면 해외, 케이블, IPTV 등으로 다양하게 부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현재는 전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독립제작사가 열심히 만든 영상물도 현재 방송사 창고에서 썩고 있다”고 꼬집었다. 촬영원본에 관한 권리도 방송사에서 영구 소유하기 때문에 제작사는 2차 제작물을 만들 수 없다.
방송사가 그토록 고집하는 저작권을 푼 EBS는 오히려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EBS는 2011년부터 촬영 원본에 대해서 본 방송 6개월 후 재활용할 수 있는 `원본 공유권`을 독립제작사에 줬다. 당시 EBS 대표였던 곽덕훈 시공미디어 부회장은 “물론 이런 결정에 대해 다른 방송사에서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저작권을 풀어주니 제작사들이 더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어 질이 높아졌다”며 “저작권 공유는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간 윈윈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