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일을 하면 결론이 안 난다.”
최근 만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공급업체 임원의 푸념이다. 실무진과 이야기가 잘 돼도 윗선의 느긋함(?)으로 결정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쟁사는 한번 일이 진행되면 중간에 인사이동이 있어도 최초 담당자가 책임지고 업무를 마무리짓는다”며 “그런데 KT는 내부에 관련 팀이 세 개나 있어 내부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할 법도 한데 의사결정 자체가 느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KT는 최근 황창규 신임 회장이 부임하면서 새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에게 쏟아지는 주문은 일일이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소통하라` `본원적 경쟁력에 집중해 달라` `사내 전문가 풀을 충분히 활용해 달라`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전임 경영진의 패착으로 지적됐던 사안이다.
대부분 요구에 담긴 속뜻은 `일하는 KT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특히 KT 주변부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직접적으로 들려온다.
공기업 시절 마인드를 아직 버리지 못했다는 고질적 불만이 지난해 전임 경영진 퇴진 논란을 겪으며 더욱 심해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복지부동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새 CEO가 KT호 키를 쥔 만큼 이른 시간 내 불안을 종식시키고 이 거대한 기관차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몇몇 경영진이 의사결정권을 행사했던 기존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황 회장이 공언한 `현장 경영` `권한 위임` 등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그런데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려의 목소리나 나오고 있다. 경영회의를 황 회장이 주도하고 대부분의 임원들은 듣기만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을 떠올리는 이도 있다.
공룡 KT가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려면 황 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현장 경영과 권한 위임이 절실하다. 이 같은 변화는 아래로부터 이뤄지지 않는다. 위에서부터 솔선하는 개혁일 때만 성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CEO부터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