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공계·기술인 진출 영역 더 넓혀야

이공계 우수 학생이 전문성을 살려 장교로 군 복무할 길이 열렸다. 국방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부가 이공계 인재를 과학기술과 정보보호 전문 장교로 입대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과학기술 사관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같은 군 연구소에서, 정보보호 부사관과 병은 사이버부대에서 근무한다. 재학 시 학비뿐만 아니라 군 복무 후 진학과 취업, 창업 지원까지 받는다. 학생은 군에서도 제 역량 개발을 계속 할 수 있으며, 군은 우수 인력을 활용하니 일거양득이다.

`탈피오트`라는 이스라엘 과학기술 엘리트 장교 육성 프로그램을 연상케 한다. 우수학생을 군이 인재로 더 키우고 사회에 나와 학문과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다. 군의 질적 경쟁력 강화와 산업 인재 양성이 절실한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한 제도다.

이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2년 말까지 10년간 운영했던 이른바 석사장교 제도가 그랬다. 우수한 석사 학위 소지자를 뽑아 6개월간 군사훈련을 하고 소위 임관과 함께 전역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우수 인재에 군 복무 혜택을 준다는 취지였지만 당시 권력자 아들 특혜 논란이 불거져 폐지했다. 무엇보다 군이 이 제도로 얻는 게 없었다.

정부가 새로 만드는 제도는 이런 맹점을 극복할 수 있다. 투명하고 엄격한 선발만 이뤄진다면 지속적으로 유지할 만한 제도다. 도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과학기술사관 20명, 정보보호 부사관과 병 20~30명 등 매년 선발 인원이 적은 것은 다소 아쉽다. 정부는 실효성을 확인하는 대로 인원을 더 많이 늘려야 할 것이다.

군 이외에도 기술 인재를 활용할 분야를 더 다양화해야 한다. 이공계 학생뿐만 아니라 은퇴 전문 기술인까지 활용 인재 풀을 넓혀야 한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고 융합하는 시대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 기술 전문가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현장부터 재외 공관까지 수두룩하다. 국내에선 이공계 진학 기피와 기술인 하대 풍토를 개선하고 해외에선 한국 기술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과학기술사관제도를 그 기폭제로 삼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