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체인점을 운영하는 박 사장은 웰빙 열풍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이에 저칼로리 웰빙 햄버거 출시를 검토하면서 고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저칼로리 웰빙 햄버거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도가 매우 높았고, 출시하면 꼭 사먹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큰 기대감을 가지고 출시한 웰빙 햄버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소비자들은 신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기존 햄버거만 찾는다. 도대체 웰빙 햄버거를 원한다고 응답했던 소비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조사한 소비자 조사가 안 맞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소비자도 자신의 욕구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다. 포드자동차 설립자 헨리 포드는 “만약 내가 소비자에게 `무엇이 필요합니까`라고 물었다면 `더 빨리 달리는 말이 필요하다`라는 대답밖에 못 들었을 것이다”고 했다.
둘째,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를 알더라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제럴드 잘트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 인간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5%밖에 되지 않는다. 95%는 무의식 속에서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진정한 욕구는 말로 표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셋째, 소비자가 자신의 욕구를 알고 표현하더라도 솔직하지 않게 표현하는 경향도 있다. 자신의 이미지를 신경 쓰고 답할 때도 있고, 자신의 가치관을 넣어 답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과소비에 대한 반감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안 좋게 답할 수 있다.
이렇듯 소비자 조사만으로 소비자의 복잡한 심리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조사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조사법이 등장했다. 바로 관찰법이다. 소비자 관찰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바로 제품을 둘러싼 `상황(context)`, 제품을 사용하는 `행동(behavior)`, 무의식 속 `불만(dissatisfaction)` 관찰이다.
먼저 `상황`은 제품을 사용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상황적 배경을 관찰하는 것을 뜻한다. 인도 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던 LG전자는 평범한 인도인의 집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한 후 그들이 거실에서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지 생활환경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인도인들이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전파를 쏘아 뎅기 모기를 쫓아주는 기능을 탑재한 에어컨을 출시했다. 덕분에 2010년 인도시장에서 33%의 점유율로 큰 성공을 거뒀다.
두 번째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실제 행동을 인체공학적 관점에서 직접 관찰해 말로 잘 드러나지 않는 소비자의 욕구를 발견하는 것이다. 일렉트로룩스는 스웨덴의 1500가구를 방문해 주부들이 청소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장기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일반 청소기를 사용하면 무거워서 본체를 잘 끌지 못하고, 휴대용 청소기를 쓰면 허리를 자주 굽혀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렉트로룩스는 여기서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포착, 합체하면 막대형, 분리하면 휴대형이 되는 경량 무선 청소기를 출시해 국제 디자인상 iF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소비자를 관찰하는 세 번째 방법은 소비자 스스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거나 소비자 자신도 잘 모르는 무의식 속 불만을 관찰을 통해 발견하는 것이다. 러버메이드는 차세대 보행 보조기를 개발하기 위해 기존 제품에 대한 불만을 조사했지만 `별 것 없다`는 응답만 받았다. 그런데 사용 소비자를 직접 관찰해보니 보행 보조기에 컵걸이나 자전거 경적 같은 일상에서 필요한 도구를 매달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보행 보조 기능 외의 다른 기능은 소비자도 잘 모르고 있던 무의식 속 불만이었던 셈이다. 이에 러버메이드는 망사 주머니를 장착한 보행 보조기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문제상황에서 많은 소비자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사회적 압박 때문에 웰빙 햄버거가 나오면 사 먹을 것이라고 설문에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햄버거 매장을 찾는 이유는 건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맛있는 햄버거를 먹기 위해서다. 히트상품을 만들고 싶다면 소비자의 말을 너무 믿는 대신, 관찰을 통해 소비자의 진정한 욕구를 찾아야 한다.
소비자 관찰의 3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