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비타민프로젝트]<3>한미약품, 세계 최초 RFID 의약품 유통관리…글로벌 성공사례로 꼽혀

정부가 주요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 성장·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관계 부처와 파급효과가 크고,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 도출이 가능하고, 향후 확산이 용이한 7대 중점분야를 중심으로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창조비타민프로젝트]<3>한미약품, 세계 최초 RFID 의약품 유통관리…글로벌 성공사례로 꼽혀

한미약품 영업 사원이 전자태그(RFID) 리더기로 약국에 진열된 자사 의약품의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한미약품 영업 사원이 전자태그(RFID) 리더기로 약국에 진열된 자사 의약품의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 7대 중점분야 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전자태그(RFID)기반 마약류 관리 사업`이다.

국민 건강 증진 등을 목표로 하는 비타민H(보건의료) 일환으로 진행되는 `전자태그(RFID)기반 마약류 관리 사업`은 조기 성과 도출은 물론 파급 효과, 확산 가능성이 가장 확실한 분야로 손꼽힌다.

`전자태그(RFID)기반 마약류 관리 사업`은 정부와 한미약품이 의약품에 RFID 기술을 적용, 성공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남다르다.

실제로 이 사업에는 마약류 제약사·수입사(생산 및 유통 주체)와 병원·약국(소비 주체) 등으로 구성된 3개 컨소시엄이 참여한다.

#여의도 한 약국. 한미약품 영업사원이 권총처럼 생긴 리더를 의약품 진열대를 향해 마구 쏜다. `삑삑` 소리가 쉴새 없이 울린다. 영업사원은 리더에 표시된 의약품 정보와 유효기간, 재고현황 등을 확인, 필요한 물품을 자동 주문하고 다음 거래처로 자리를 옮긴다.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RFID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국내 처음으로 전체 의약품에 RFID 기술을 적용했다. RFID 리더를 이용해 진열된 의약품의 유통기한과 재고량, 판매 금액 등의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약국당 최소 1시간 이상이 소요되던 업무를 5분으로 단축했다. 세계에서 이같은 사례는 전무하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도 비슷한 시기에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한미약품의 성공 노하우가 마약류 관리에도 적용된다.

◇RFID 기술, 마약류 관리시스템 사업에 적용=한미약품의 사례는 `RFID기반 마약류 관리 시범사업`에도 주요 밑거름 기술로 활용된다.

`RFID 기반 마약류 관리 시범사업`은 RFID 기술을 이용, 마약류 등 특별 관리대상 의약품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의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시·추적·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려는 게 핵심이다.

RFID 등 신기술을 마약류 판매와 사용 전 과정에 적용, 유명연예인과 일반인의 상습 투약으로 이슈화가 된 프로포폴 등의 오남용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 사업에는 하나·환인·명인·명문· 한국화이자 등 국내외 대표 마약류 제조·수입 제약사와 서울대·분당서울대·건양대 병원 등 대형 병원 등이 3개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한다.

한미약품은 참여 기관에 RFID 관련 솔루션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시범사업은 제약사가 생산하는 다양한 마약류 의약품의 겉포장(소형박스와 플라스틱병), 소형 앰플(주사제) 등에 고유의 식별번호가 저장된 RFID 태그를 부착하는 것이다.

국내 마약류 판매 ·사용 관리에 RFID를 적용하기 위한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시범 사업이 완료되면 제약사는 약품을 판매할 때 식별번호를 RFID 리더로 읽어 식약처 시스템에 전송한다.

도매상은 구매한 내역을 읽어 식약처 시스템에 보고한다. 식약처는 식별번호간 대조를 통해 불법유통 여부에 대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다.

마약류 의약품의 투명한 유통은 물론 사용관리를 통해 마약류 불법유통을 차단하고, 국민건강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 사업은 마약류 대표약품인 펜타닐, 프로포폴, 옥시코돈, 알펜타닐 등 유통량 및 비급여사용이 많은 품목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연 200만개 이상의 RFID 태그 신규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식약처는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미래부는 향후 법·제도화를 통해 의무화되면 연간 1억개 이상의 태그 확산이 가능,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 조기 진입에도 기여할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약품, 기술 한계 세계 최초 극복=`RFID 기반 마약류 관리 시범사업`이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로 선정된 배경에는 한미약품이 존재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09년 RFID를 도입한 이후 지난해 6000만개의 의약품에 RFID를 적용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RFID 적용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비싼 태그 비용과 기술 문제도 상당했다. 모든 의약품에 태그를 붙여야 하는데, 태그당 100원이 넘을 정도였다. 기술 보편화 이후 가격이 하락, 태그 가격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술적 이슈도 심각했다. 특히 금속류나 액체류가 RFID 태그 근처에 있으면 인식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의약품은 액체류이거나 포장 재질에 금속류가 많이 포함돼 있다. 이에 한미약품은 전 의약품의 포장재질을 종이로 바꾸거나 금속이 바로 붙지 않도록 디자인을 변경했다. 생산 관련 업무 프로세스도 대대적으로 바꿨다.

RFID태그에 제품 정보 등을 넣기 위한 인코딩 작업도 관련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SW 기업과 협력해 `고속 인코딩` 기술을 개발했다.

한미약품은 기술적 한계를 하나씩 극복, 세계 최초로 전 의약품에 RFID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소요되는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복잡한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또 협력사와의 정보 공유로 협력사 유통 물량 및 영업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미약품은 스마트폰과 연계한 RFID 기술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기술 수준을 높여나가고 있다.

◇글로벌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한미약품이 RFID 도입에 성공하자 국내 중대형 제약사도 RFID 도입에 나섰다. 이미 7개 제약사가 한미약품과 유사한 방식으로 RFID 기술을 적용했다.

한미약품은 이력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업무 생산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정확한 수요 예측도 가능해졌다. 또 위조의약품 유통 등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한재종 한미IT 이사는 “무엇보다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태그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포장 재질을 바꾸라고 지시 내린 것도 회장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RFID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표준 기구인 `GS1 EPC글로벌`로부터 국제 표준 인증을 받았다. 또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RFID 저널 어워즈 2013`에서도 `최우수 RFID 구축상`을 수상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한미약품 공장 방문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성공 사례가 있어 RFID기반 마약류 관리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한미약품의 사례를 적용하는 것을 넘어 식약처, 참여기관 등과 또 다른 성공 모델을 발굴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의약품 RFID 시스템 도입 효과|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