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올해부터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 예산을 동일한 잣대에 맞추기로 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선도 기술자·고도 숙련자 등 전문 분야 인력 양성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전략 기술 개발 등 고가 장비 활용 교육에서도 일부 사업 축소가 예상된다.
5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가인적자원 개발 컨소시엄` 사업 예산 배분 규정을 하나로 통일 적용키로 확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적자원 개발 컨소시엄 사업은 중소기업에 체계적인 인적자원 개발 등 인력관리 시스템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 2010년까지 인력 양성 사업을 담당하는 각 부처에서 관리해왔지만 2011년부터 고용노동부에 이관돼 통합 추진하고 있다.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은 유형별로 중소기업인적자원개발(HRD) 지원, 전략 분야, 지역공동훈련 등으로 구분된다. 디자인, 조선, 소재부품 등 연구개발(R&D) 분야는 전략 분야에 포함된다. 다른 분야와 달리 해외 선진 기술 연수, 고가 장비 활용 교육 등 투입돼야할 예산이 많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한 전략 분야 사업 담당자는 “전략 분야는 고도 숙련자를 양성하기 위해 소수 정예 형태로 교육 사업이 진행된다”며 “그러나 일반 기능직과 같은 방법으로 예산이 집행되기 때문에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국가 인적자원 개발 컨소시엄은 규정에 따라 사람 1명과 교육 시간을 기준으로 예산 단가를 계산한다. 추가 예산이 드는 사업은 사업 계획 제출 시 기존 규정의 최대 600%까지 추가 비용을 인정해 준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지금 규정으로는 제대로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운영 결과, 모든 사업 프로그램이 600%를 초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사업은 최소 800%에서 최대 1500%까지 예산 확보가 필요했다”며 “전략 분야 인력 양성 특성에 맞는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이 처음부터 통일된 규정으로 운영된 것은 아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기존 사업을 관리하는 부처와 담당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융통성 있는 예산 배분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감사원 지적에 따라 기존 규정에 맞춘 천편일률적 잣대를 강제하기로 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의료 인력이나 자원개발, R&D 해외 자원 개발 등은 특수성이 인정되긴 하지만 감사원에서 훈련비가 (규정과 달리) 과다하게 집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심의회를 구성해 인력 양성 실제 비용과 간접 비용을 인정해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한 심사를 거쳐 배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전략 분야 사업 담당자는 “예산 관리와 편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규정 자체가 바뀔 필요가 있다”며 “업계에서는 최대 600% 인정치를 점차적으로 줄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