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미국산 PC를 나르던 인턴 사원은 이제 미국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는 IT업계 거물 기업의 수장이다. 양 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 이야기다.
양 CEO는 1988년 자전거로 PC를 나르는 인턴으로 레노버(당시 레전드)에 입사했다. 해외 PC를 파는 총판이었던 레노버는 양 CEO 입사 2년 후에야 자체 브랜드로 내수 시장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2001년 처음 CEO가 된 그는 회장직을 맡으며 2005년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델 출신 CEO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후 2009년 다시 CEO로 취임해 새 역사를 만들었다.
양 CEO는 레노버가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했을 때 “어떤 이는 `뱀이 코끼리를 삼킨 꼴`이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5년 레노버가 인수를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레노버 직원에 따르면 양 CEO는 당시 영어조차 미숙했다. 스스로 공부를 시작한 양 CEO는 영어를 레노버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고 IBM의 PC부문 임원이 모여 사는 노스캐롤라이나로 집을 옮겼다. 애널리스트 콘퍼런스 콜과 외신 인터뷰를 해야 한 그의 영어는 `드라마틱하게` 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묘사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의지의 단면이다.
CNN머니는 양 CEO가 문화적 차이와 재정적 위기에도 IBM PC사업 부문을 사들여 성장시킨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처음부터 미국 출신 간부에게 실무를 맡겨 현지화를 꾀했다. 노스캐롤라이나로 회사를 옮겨 미국식 운영 방식을 익히고 적용시켰다.
중국 기업으로서 가진 한계도 뚫었다. 똑같이 주던 상여금을 성과만큼 주게 바꾸고 `황제의 명령을 기다리는` 식의 전통적 중국식 사고를 없애려 했다. 직급 대신 이름을 부르게 하고 복장 규정도 바꿨다. 책임감을 중시하는 인재 문화를 정착시켰다.
최근 몇 년간 잇따라 자신의 보너스를 1만명이 넘는 직원에게 나눠줘 화제를 모았다. 2012년 그가 나눠준 300만달러(약 32억원)로 접수원과 생산라인 직원, 보조직원 모두가 평균 2000위안(약 35만6000원)을 보너스로 받았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윤예지 인턴기자 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