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기와 공격하기(Protect & Attack)`
모토로라를 인수한 포식자 레노버의 인수합병(M&A) 핵심 철학이다. 몸집을 불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시장을 지키면서 새 시장을 공략하는 전술이다. 모토로라는 새 공격(Attack) 무기다. 여느 기업도 구사할 법한 이 전술은 레노버를 세계 IT업계 거물로 키워냈다. 2005년 부진했던 IBM PC사업부문을 인수한 레노버는 8년 만에 HP를 누르고 PC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비결은 전술을 뒷받침한 억척스러운 현지화와 개방적 인재 전략, 기술력이다. 바로 모토로라에 처방할 싱크패드 성공 방정식이다.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는 포천과 인터뷰에서 “모토로라로 `싱크패드 신화`를 재현하겠다”고 각오했다.
◇모토로라 살릴 레노버의 `공격` 전략
레노버는 내부적으로 `지키기와 공격하기` 모델을 만든 이후 재무성과가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자평한다. 레노버 내부 관계자는 “모델 수립 이후 수익이 두 배 이상 올랐고 시장 점유율도 두 배가 됐다”고 표현했다.
모토로라에 쓸 공격 전략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공격성은 강해졌다. 레노버가 내부적으로 `공격` 사업으로 분류하는 부문의 총 수익은 50%를 넘어선다. 5년 전 이 전략을 처음 시행했을 때의 32%보다 크게 늘었다. 공격이냐 수비냐는 시장 점유율, 대상 지역 경제 수준, 제품 카테고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신규 시장은 `공격` 영역이다.
최소 10%의 점유율이 전략 기준선이다. 10%를 넘으면 목표가 바뀐다. 영업 방향을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하고 `1위`로 목표를 전향한다. 레노버가 10% 이상 점유율을 가진 인도와 러시아가 그 예다. 이미 20% 이상 점유율을 가진 시장에서 이윤 창출에 집중한다. 이를 비춰 레노버가 수년 내 미국에서 모토로라와 점유율 10% 선을 넘어선 후 점진적으로 마진폭을 늘려가며 선두권 도약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은 특수했다. 선진 도시(1~3급)와 후방 도시(4~6급)를 동시에 가진 중국에서는 `지키기`와 `공격하기` 전법을 같이 썼다. 내부적으로 `이중적 접근법`을 쓴다고 표현한다. 레노버 관계자는 이 전략을 “중점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신흥 도시에서 선두 입지를 갖고 있어 이중적 접근으로 중국 시장에서 계속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방적 인재 기반으로 `완전 현지화`
세계를 향한 레노버의 공격 전략은 `완전 현지화`에 뿌리를 둔다. 레노버 관계자는 “우리가 지향하는 `글로벌-로컬` 모델은 한 나라에 하나의 본부를 둔 채 판매와 유통만 세계로 뻗친 전통적 다국적 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현지 직원 발탁을 우선하고 자국에서 레노버를 독자적으로 경영하게 한다. 지키기와 공격하기로 이룬 확장 전략과 결합해 해외 기업 M&A를 성공시킨 힘이다. 이미 주요 경영진 10명의 국적이 네덜란드, 캐나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대만 등 7개국이다. 100여명의 임원이 총 17개국에서 왔다.
레노버는 이 개방적 문화가 60개 이상의 국가에서 일하는 4만6000여명의 다문화 직원을 융합하는 필수적 힘이라 보고 있다. 레노버 관계자는 “IBM이 있는 미국, NEC가 있는 일본, CCE가 있는 브라질, 마케팅 허브가 있는 인도, 소셜 미디어 허브가 있는 싱가포르와 메디온이 있는 독일을 포함해 중점 투자가 이뤄지는 모든 나라의 전통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일본, 미국에 R&D 센터를 보유했고 미국·인도·싱가포르에 각각 글로벌 마케팅 허브와 소셜 미디어 허브를 갖고 있다.
◇미국·일본·중국 축으로 `삼각` R&D 뒷받침
레노버의 M&A 전략은 단순히 규모의 성장만 해온 것이 아니다. 레노버는 글로벌 전략을 위해 3500여명의 연구개발 엔지니어를 세계 각지에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중국, 미국, 일본을 `혁신 삼각대(Innovation triangle)`로 삼았다.
우선 미국팀은 개인용 컴퓨팅 기술과 소비자 경험에 집중한다. 미래 기술과 제품을 정하고, 레노버 기술 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신제품의 특징과 성능도 명시하며 제품 개발에 큰 부분을 맡는다.
일본은 엔지니어 센터에 가깝다. 품질에 우선을 두고 가장 좋은 디자인을 창출해 내는데 주력한다. 중국팀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제품 개발의 대부분을 총괄한다. 레노버 관계자는 “혁신 트라이앵글의 혁신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지역의 연구개발 팀 강점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