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를 삼킨 레노버는 어디까지 도약할 수 있을까. 레노버는 당장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따돌리는 일만 남았다며 호기를 부린다. 시장 전망은 업계를 재편하는 태풍이란 분석과 큰 영향 없는 미풍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현재로선 영향이 미미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풍이라는 가장 큰 근거는 모토로라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별다른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피처폰 시대에는 시장을 호령했지만 스마트폰 혁명에 쫓겨 구글에 팔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구글이 인수한 뒤 `모토X`처럼 야심작을 내왔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프랭크 질레트 포레스트리서치 연구원은 “모토로라는 한 번도 스마트폰 디자인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다”며 “IBM 싱크패드 인수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알짜를 뺀 껍데기 인수라는 분석도 있다. 모토로라 특허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브랜드 인수지만 브랜드 영향력에는 이견이 있다. 이번 인수로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레노버지만 모토로라 점유율은 3.5%에 불과하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모토로라라는 이름만으로 뭔가를 해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허가 없어 연구개발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평했다. 인포메이션위크는 “모토로라 매각으로 삼성과 구글이 직접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안드로이드 생태계 강화를 위한 두 회사 공조가 강화돼 결과적으로 레노버가 아닌 삼성전자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태풍이라는 주장도 있다. 레노버가 규모의 경제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모토로라 인수로 레노버의 스마트폰 세계 시장점유율은 6%로 증가한다. 세계 3위로 화웨이와 LG전자 등을 제치고 삼성전자와 애플을 쫓는다. 투자은행 USB의 아서 헤이시 연구원은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모토로라 인수는 레노버의 부족한 브랜드 인지도를 키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위지만 세계 시장에선 존재감이 미약하다.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인지도가 낮고 저가에 품질 낮은 중국 제품이란 선입견이 강하다. 모토로라는 레노버의 브랜드 영향력을 끌어 올린다. 가트너는 “이전만 못해도 모토로라는 여전히 북미와 유럽,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졌다”며 “레노버가 중국을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한다. 저가 중심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제조사 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마나시 야다브 IDC 연구원은 “모토로라 기술을 적용한 레노버가 기기 성능을 높이면서도 가격은 오히려 8000루피(약 14만원) 이하로 낮출 여지가 생겼다”고 전망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