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다. 지금 누리는 안락한 삶이 언젠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 책에서는 영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전략가인 리처드 왓슨이 네 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미래 사회상을 면밀하게 내다볼 수 있다. 2040년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지고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하며 사회를 지배하는 산업과 기술, 문화 트렌드는 무엇인지 통찰력 넘치는 분석과 전망을 보여준다. 이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한 요인 등의 변수를 이용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대다수 미래 예측서는 미래가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진다는 단선적 사고에 입각했다. 반면 왓슨은 미래는 불확실하며 따라서 하나 이상의 미래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명쾌한 해결도 물론 없다. 왓슨은 불확실성에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제시한다.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여러 가지 시나리오도 풀어놓은 뒤 각각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사고방식이다. 체계적으로 대처한다면 예측할 수 없어서 오는 불안감과 위험을 더욱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미래를 잘못 예측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유토피아에서 디스토피아까지, 점진적 변화부터 급진적 변화까지 다양한 미래를 상상하고 당면한 선택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과 분석이 이뤄진다면 예상치 못한 미래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제시한 네 가지 미래 시나리오 중 하나는 `지성의 세계`다. 과학기술이 인구 증가, 자원 부족, 환경 파괴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연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 컴퓨팅이 음성 명령, 아바타, 사고통제이식장치 등을 이용한 기술로 바뀌면서 웹 기반인 소셜네트워크가 사라지고 모든 일을 직관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어 두 번째 시나리오인 `탐욕의 세계`는 인간의 성장과 욕심으로 주도되는 미래상을 담았다. 세계화, 개인주의, 소비주의로 대변되는 세상에서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부가 일부에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된다. 대다수 사람은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러시아, 인도, 브라질의 도움을 받아 세계 재정을 좌지우지한다. 늙고 나태해진 서양과 북반구, 활기찬 동양과 남반구 사이의 격차가 벌어진다.
`절제의 세계`는 적게 소유하고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미래상을 제시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자유시장 경제가 실패하면서 느림과 공동체 가치가 재조명받는다. 마지막 `공포의 세계`는 천재지변 등의 사건을 계기로 사람의 생활수준이 1970년대 수준으로 퇴보하고 범죄가 만연하는 디스토피아적 사회다. 비관적 사고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고 사회적으로 공포와 불안이 커진다.
왓슨은 네 가지 시나리오를 이용해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 이유과 현상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고방식을 보다 개방적이고 복원력 있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는 말이다.
리처드 왓슨·올리버 프리먼 지음. 고영태 옮김. 청림출판 펴냄. 1만5000원.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