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혁신에 둔감해진 삼성 스마트폰

[기자수첩]혁신에 둔감해진 삼성 스마트폰

맘모스가 멸종한 이유는 뭘까. 다양한 학설이 있지만, 너무 커진 덩치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몸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다 보니 발끝에서 받아들인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 환경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게 돼 생존이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장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기업이 특정 규모를 넘어서면 상당한 효율이 발생한다.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커지고, 소재부품도 싼 가격에 조달할 수 있다. 제조 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문제는 회사가 너무 커지면 구성원들이 조직의 논리에 익숙해지고, 외부 환경보다는 내부 정치에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한 때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모토로라·노키아가 이런 전철을 밟고 쇠퇴했다.

최근 삼성전자 위기설이 잇따라 흘러나온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딛고 애플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을 장려하는 문화와 시장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속도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는 혁신에 둔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문인식·손떨림방지(OIS) 등 다양한 하드웨어 혁신을 먼저 검토하고서도 경쟁사에게 추월당하는 일이 잦아졌다. 조직의 논리에 휩싸여 위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비대해진 조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방법은 다시 쪼개고 권한을 위임하는 거다. 그동안 삼성은 플래그십 모델에 크게 의존했다. 다변화되고 세분화된 소비자 욕구를 간과한 셈이다.

삼성은 다시 시장에서 해답을 찾았다. 갤럭시S5 시리즈부터 플래그십 모델과 파생모델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 팀뿐 아니라 프로젝트 그룹 간에도 철저한 경쟁을 벌인다.

이제는 어떤 모델이 주력이 될지 삼성이 결정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결정할 뿐이다. 삼성의 창조적 파괴가 스마트폰 사업을 또 한 번 회춘시킬 수 있을까.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