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일부 부품·소재 결제일 연장... 연쇄 피해 우려

LG디스플레이가 일부 부품·소재 협력사에 대해 지난달부터 대금 결제일 연장을 통보했다. 디스플레이 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 차기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는 1차 협력사 자금 경색 여파가 2·3차 협력업체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해외 사업장에서 백라이트유닛(BLU)·모듈·광학필름 등 주요 부품·소재 1차 협력사의 납품에 대한 대금 결제일을 기존 60일에서 최장 100일로 연장했다.

결제 기한이 90일로 규정돼 있는 중국 지역 협력업체나 분쟁 우려가 없는 대기업·해외 협력사, LG그룹 계열사, 범 LG계열 협력사가 주요 대상이다. 공정거래법상 하도급대금 결제일 60일을 넘길 수 없어 국내 조달 품목은 제외됐고, 장비 등 납기가 긴 품목이나 소량 공급 제품은 그대로 60일(장비는 계약금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결제일 연장 조치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장기 불황 여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분기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3분기 대비 34%, 지난 2012년 동기 대비 56% 하락했다. 2·3분기 회복됐던 영업이익률이 다시 줄어들었다.

중국 광저우의 8세대 LCD 공장과 파주 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자금을 미리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이익잉여금이 약 6조5900억원으로 2012년 말 이익잉여금 6조2400억원보다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 투자계획은 지난해와 유사한 3조5000억원을 계획하고 있어 시급한 이유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협력 업체들도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A사는 LG디스플레이와 협상을 통해 결제일을 최대한 앞당겼다. B사는 대리점을 중간에 끼워 활용하는 방식을 썼다. 대리점은 단기 결제를 하고 LG디스플레이로부터 사후 결제를 받는 식이다. B사 사장은 “대리점 비용 등 추가 부담 때문에 수익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차 협력사들의 자금 경색이 이어지면 원재료를 공급하는 2·3차 협력사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결제일 연장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국내 60일, 중국에서는 90일 기준 결제일을 각각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일부 부품·소재 결제일 연장... 연쇄 피해 우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