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라이프]기름유출과 유흡착제

지난달 31일. 유조선 우이산호는 여수 GS칼텍스 원유 2부두 하역 시설과 부딪혔다. 하역 시설에 있던 송유관 3개를 파손하고 원유 등 164톤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일주일 넘게 지난 현재 10㎞ 넘게 기름이 퍼져 관련 당국과 주민이 기름 제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이언스 in 라이프]기름유출과 유흡착제

기름 유출사고가 나면 우선 확산을 막기 위해 기름막(오일 펜스)을 친다. 수면에 유출된 기름은 얇은 막을 형성해 확산되기 때문에 조기 차단이 중요하다. 물에 떠다니는 기름은 회수기로 수거한다. 현장에서 태워 버리는 경우도 있다. 유흡착제나 유흡착포 등 기름을 흡수하는 물질을 이용해 수거할 수 있다. 기름 유출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하얀 종이 재질 형태가 주인공이다.

#흡착제는 기체나 용액 분자가 달라붙게 하는 고체 물질이다. 단위 부피당 흡착되는 표면 넓이가 넓은 것이 우수하다. 물질이 고체나 액체 내부까지 녹아들어가는 흡수와는 다르다. 구멍이 많은(다공성) 경우 흡착제 단위 부피당 표면넓이가 크기 때문에 흡착량이 커진다. 흡착제로 많이 사용되는 물질에는 활성탄과 제올라이트가 있다. 활성탄은 세공구조를 가진 탄소로 산업용으로는 폐가스 처리, 휘발성 요제 회수, 독성 유기물질 제거나 정수장 고도정수처리용으로 사용된다.

제올라이트는 천연 광물의 일종이다. 흡착 특성과 이온 교환능력으로 흡습제, 세제, 촉매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모래 주성분인 실리카와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결정형 광물인 제올라이트는 결정 내부에 작은 분자가 드나들 수 있는 1나노미터(지름) 이하 크기의 구멍이 많이 있다. 지난해 홍석봉 포스텍 교수 연구팀이 제올라이트 형성 순서를 실험을 통해 규명해 화제를 모은 적 있다. 당시 홍 교수는 “상업적으로 제올라이트를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고 합성해 맞춤형 소재를 만드는 기반을 제공했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활성탄, 제올라이트뿐 아니라 규조토, 실리카겔, 녹말, 벤토나이트, 알루미나 등 다양한 흡착제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흡착 능력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물질 개발 연구가 한창이다. 2011년 미국 우스터대학 연구진은 석유뿐 아니라 탄화수소에 친화성을 가져 쉽게 흡착하지만 강한 혐수성(물이 잘 달라붙지 않는 현상)을 가진 물질을 우연히 발견했다. `오소브(Osorb)`라는 이름을 갖게 된 물질은 흡착한 석유를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원 한명이 실리콘과 벤젠 중합제로 만든 유리를 갈아 나노 물질을 만들었다. 탄화수소 성분인 아세톤을 첨가하자 유리가 갑자기 부풀면서 아세톤을 흡수했다. 연구진은 “오소브는 자동차 유리와 욕조 틈을 메우는 코크의 중간쯤 되는 물질로 화학반응이 아닌 공학적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며 “자체 성분은 배출하지 않는 스펀지이자 나노기계”라고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스웨덴 웁살라이트 연구진은 제올라이트보다 흡착 능력이 1.5배 뛰어난 신물질 `웁살라이트`를 개발했다. 웁살라이트는 무정형 탄산마그네슘 기반 다공성 나노구조로 이뤄져있다. 1그램당 800제곱미터의 높은 표면적을 자랑한다. 알카리 토금속 탄산염 계열에서는 최고 기록을 올렸다. 표면적이 넓은 만큼 습기 제거 능력도 탁월하다. 기존 흡습성 제올라이트보다 1.5배나 뛰어난 수치를 달성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