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에 투자하십시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기초과학연구예산을 삭감하면서 연구자금이 부족한 과학자들이 십시일반 방식으로 스타트업 초기 자금을 모으는 통로인 크라우드펀딩에 눈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기초연구자금은 대부분 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정부 재단에서 나왔다.
하버드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이단 펄스테인 박사는 크라우드펀딩에서 150만달러(약 16억원) 유치에 나섰다. 그는 특정한 프로젝트나 상품을 만들지 않지만 기초과학발전에 투자를 호소했다. 연구실은 리소좀 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을 치료할 물질을 찾는다. 이 질환은 대사 장애의 일종으로 세포 중 쓰레기 처리장 역할을 하는 리소좀에서 특정 효소가 부족해 발생한다. 효소가 부족해 세포내 독성 물질을 제거할 수 없으며 몸에 누적돼 이상을 일으킨다. 종류가 70여가지에 이르고 유럽에서 신생아 5000명당 한 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펄스테인 박사와 동료는 연구 목적을 알리는 동영상을 제작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로켓허브(RocketHub)`에 올렸다. 연구진은 100달러 이상 기부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등 재능을 기부한다. 2만5000달러를 모아 연구를 시작했다. 펄스테인 박사는 150만달러를 모으는데 18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가는 펄스테인랩이 개발한 물질이 제약회사에 팔리면 보상을 받는다.
다른 과학자도 로켓허브와 익스퍼리먼트(Experiment)에서 데이터를 모으거나 아이디어를 시험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일반인부터 초기 기술단계에 참여하려는 투자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기초과학연구팀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 주로 제품 생산 비용을 모으는 스타트업 기업과 달리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초연구에 마냥 자금을 내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기초과학 연구를 짧은 동영상이나 글로 설명하는 일도 쉽지 않다. 과학에 관심이 높은 샌프란시코 사업가 린다 에이베이는 “기초과학연구팀이 크라우드펀드로 자금 확보에 성공하려면 상아탑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