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대부분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상생 주체가 대기업이 됐든, 출연연이 됐든, 항상 그 중심에는 중소기업이 있었다. 중소기업이 국가 경제의 성장축이라는 방증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약 99%로 323만여 업체가 존재한다. 전체 산업체 종사자의 약 88%인 1270만여명이 중소기업에 근무한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가 경제가 사는 구조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후원자이자 동반자로서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기치를 내걸고 과학기술계 특히, 출연연이 일익을 담당해주기를 정부와 국민이 바라고 있는 것이다.
출연연의 설립 목적과 임무를 보면, `국가 성장동력 창출` `국민 경제발전 기여` `신성장 산업창출` 등이 언급돼 있다. 출연연이 국가 경제성장의 한축이라는 얘기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도 많이 기울인다. 중소기업이 언제, 어디서든지 애로기술 상담, 시험평가 지원, 연구장비 활용 등의 지원서비스를 신청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지원통합센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노력은 아직 정부와 국민이 바라는 수준에 다다르지는 못한 듯하다. 중소기업 현장에 가보면 중소기업 지원 사업 자체를 잘 알지 못하는 때가 많다. 알고 있더라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최근 만난 대전 A업체 대표는 “5개 출연연을 돌아다녔으나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다수 출연연이 보유하고 있는 미래·원천 기술, 대형 시스템 기술들은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이 곧바로 활용하기 어렵다. 원천기술은 응용 연구개발 없이 당장 활용이 어렵고, 대형 시스템 기술은 중소기업이 투자하기에 부담이 크다.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출연연과 중소기업 간 소통을 통한 맞춤형 연구개발 모색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국민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출연연이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출연연이 먼저 중소기업을 방문해 애로기술이 무엇인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현장에서 즉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중소기업 애로기술DB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맞춤형 전문가가 기업 현장에 먼저 찾아가는 `중소기업 방문지원서비스`도 실현 가능할 것이다.
출연연이 이러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지원에 만전을 기한다면 산적해 있는 애로기술 해결도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중소기업과 출연연 간 직접적인 네트워크 구축 역시 필요하다. 실제적인 교류와 소통을 담보할 수 있는 유대관계가 바탕이 돼야 효과적인 교류 성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연연과 기업, 기업과 기업, 기업과 대학 등 산학연 다자간에 실질적인 기술교류를 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다자간 기술교류 시스템 운영은 산업 현장의 수요기술을 발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가 보유한 기술을 소개함으로써 연구성과 확산, 상호 간 기술 및 제품거래,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해 참여 주체 간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음수사원(飮水思源·물을 마시면서 그 근원을 생각한다)`의 뜻을 되새겨 보자. 출연연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유지된다. 출연연 존재의 이유인 국민과 함께 하며,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갑오년, 출연연이 창조경제의 주역인 중소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기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kwlee@kier.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