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 올림픽 경기장 곳곳에 눈에 띄는 야자수에는 가짜 나무가 섞여 있다. 야자수 모양으로 위장한 통신 기지국이다.
10일 블룸버그는 소치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블랙시 리조트 전역에 통신사 메가폰(MegaFon)의 야자수 모양 무선 기지국이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메가폰은 러시아 2위 통신사다. 블룸버그는 “소치의 아열대성 기후가 야자수를 키울 수 있긴 하지만 모든 나무가 진짜는 아니다”라 묘사했다. 메가폰은 기지국 하드웨어 장비를 더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나무와 공원 벤치로 위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야자수 기지국은 메가폰이 이번 동계 올림픽을 `세계 최초의 데이터 올림픽`이라고 자평하며 의욕적으로 투자에 나선 결과물이다. 회사는 러시아 평균 속도의 10배 이상 가까운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하기 위해 3억달러(약 3200억원) 규모 새 모바일 네트워크를 깔았다고 밝혔다.
올림픽 현장에서 동영상을 보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는 사용자가 늘면서 통신 설비 중요성이 더 커졌다. 스키 선수가 산 중턱에서 아래로 내려오지 않아도 어디서든 통신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메가폰을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경기장은 한두 개 기지국이 맡지만 메가폰은 개막식이 열린 4만석 규모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Fisht Olympic Stadium)에 30개 기지국을 설치했다. 메가폰은 올림픽이 끝난 후 3분의 1이상 장비를 철거할 계획이지만 가짜 야자수는 남길 방침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