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계가 엔저 효과를 등에 업고 35조원을 웃도는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 리먼 쇼크와 대지진에 환율 상승까지 삼중고를 겪은 일본 자동차 업계가 부활한 신호다. 다만 올해는 신흥시장 판매 감소로 목표를 낮추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는 오는 3월로 끝나는 일본 자동차 7개 업체의 2013 회계연도 예상 실적을 11일 보도했다. 도요타를 시작으로 혼다와 닛산, 스즈키, 마쓰다, 후지중공업, 미쓰비시자동차까지 7개사 예상 이익을 모두 더하면 3조3710억엔(약 35조4167억원)이다. 과거 최고인 2007 회계연도 3조254억엔을 넘어섰다. 혼다와 닛산만 빼고 5개사 이익도 창사 이래 최대 금액이다.
매출은 7개사 모두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 가운데 후지중공업과 혼다, 마쓰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판매량도 다 늘었지만 소폭에 그쳤다. 미국에서 신차 `포레스터`가 인기를 끈 후지중공업만 두 자릿수로 늘었다.
역대 최대 이익을 가져온 견인차는 환율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이 높아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엔저 덕분에 도요타가 추가로 얻은 이익이 9000억엔(약 9조447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7개사의 엔저 효과를 더하면 1조7400억엔(약 18조2650억원)에 이른다. 이익 합계의 반이 넘는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일본 자동차 판매가 증가한 사실도 한몫했다. 미국 특수는 세계 자동차 업계가 모두 누렸지만 하이브리드카와 SUV 신차를 앞세운 일본차가 상대적으로 혜택을 입었다. 특히 일본은 소비세율을 높이기 전에 자동차를 사려는 수요가 몰렸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부활에 성공했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선진국 수요 증가의 이면에 중국과 남미, 동남아 등 신흥시장의 판매 감소가 숨어 있다. 엔저 효과도 계속 이어질지 미지수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지난해처럼 큰 엔저 현상이 없을 것으로 본다.
혼다와 스즈키, 마쓰다, 미쓰비시자동차는 2014 회계연도 판매량을 전년 대비 낮게 잡았다. 혼다와 스즈키는 각각 4만5000대와 3만5000대 하향 조정했다. 중국과 태국 시장 부진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日 자동차 7개사 예상 실적(괄호 안은 전년 대비 증감률)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