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온상으로 변해가는 美 소셜데이팅 서비스

#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거주하는 66세의 한 여성은 인터넷 소셜데이팅 사이트에서 `황혼의 사랑`을 만났다. 원유 개발에 투자하자는 남성의 말에 현혹돼 자신의 은퇴자금 전부는 물론 집 담보로 융자를 받아 70만달러를 터키 은행 계좌로 보냈다. 하지만 이 돈은 터키 범죄조직의 자금으로 쓰였고 주범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피해 여성은 살던 집까지 잃었다.

<캐나다 소셜데이팅 사기 피해액 추이 (단위:만달러)/ 자료:캐나다 사기방지 센터>


캐나다 소셜데이팅 사기 피해액 추이 (단위:만달러)/ 자료:캐나다 사기방지 센터

소셜데이팅 앱 화면.
소셜데이팅 앱 화면.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셜데이팅 사이트가 미국에서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됐다. 로맨틱하게 구애해 신뢰를 얻은 뒤 급전이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얻어내는 이른바 `로맨스 사기`가 미국 전역에서 기승을 부린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인터넷 범죄 중 `로맨스 사기`라는 별도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2013년 미국의 피해신고 규모가 총 1억500만달러(약 1126억원)에 달하며 매년 증가세라고 발표했다.

범죄 수법은 오프라인 사기와 비슷하다. 인터넷에서 만난 상대에게 수개월 동안 로맨틱한 시나 꽃 등을 보내며 치밀한 구애작전을 펼친다. 그 후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시지로 대화를 하면서 신뢰를 얻은 뒤 자신에게 갑자기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돈을 요구한다.

로맨스 사기 건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육군 범죄수사대는 매월 수백 건의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대는 “신고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문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범죄자가 외국인인 경우도 많아 기소하기가 더욱 어렵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캐나다 사기방지 센터는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로맨스 사기 피해액이 1600만달러(약 172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60만달러(약 6억4300만원)에 비해 2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영국과 호주 당국 역시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제이데이팅 등 미국의 소셜데이트 사이트는 모든 신규 회원에게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에게 돈을 보내지 말고, 재무 정보를 요청하는 사람을 신고해 달라”고 공지했다. 크리스찬밍글닷컴은 “의심스러운 프로필을 올린 회원을 걸러내는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께 미국에서 처음으로 촉발된 소셜데이팅 서비스는 `주스크`, `오케이큐피드` 등 초기 업체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소셜커머스 시장규모를 누르며 성장했다. 이후 전 세계 시장에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생겼다.

미국 송금 서비스 전문업체 웨스턴유니온의 소비자 보호 부문을 총괄하는 쉘리 번허트는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로맨스 사기에 더 취약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40대 피해 여성은 소셜데이팅에서 만난 이성 6명 중 4명이 사기꾼이었다고 밝혔다. 번허트는 “사기 범죄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소셜데이팅 사기 피해액 추이 (단위:만달러)

자료:캐나다 사기방지 센터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