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 환경에 맞춰 개발된 한국형 제조 혁신 시스템이 사업화를 위한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순수 민간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한국형 제조혁신방법론 `XPS(X Production System)`가 대기업 생산 현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11일 관계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생산성본부는 중견그룹 계열 A사와 이달 중 XPS 공급·적용에 관한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XPS는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한국형 제조혁신 방법론 `KPS(Korea Production System)`를 지난해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최적화해 발전시킨 것이다. 명칭에서 `X`를 각 회사 또는 업종 이름으로 바꿀 수 있듯이 국내 제조업 환경을 수용하는 범용성과 더불어 해당 기업·업종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간 KPS와 XPS가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 적용된 적은 있지만 국고 지원이 없는 순수 민간 차원에서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개발(R&D) 사업에 비교하면 정부 지원으로 개발된 기술이 상용화돼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해 XPS를 완성한 후 국내 대기업과 중견 기업에 현장 적용을 추진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식품업체 한 곳에 시범 사업 형태로 공급, 실효성을 검증했다. 앞서 개발된 KPS도 정부 `대중소기업 생산성 혁신 파트너십 사업`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 등 대기업 협력사에 도입됐다.
한국생산성본부는 A사에 전문 인력을 보내 상반기 중 XPS를 회사 환경에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적화가 완료되면 A사는 1차 협력사 6개사를 중심으로 XPS를 적용한다. 회사는 향후 1년간 추진 경과를 확인한 후 확대 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국 기업에 최적화된 제조혁신 방법론이 활성화되면 많은 기업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본사와 협력사 생산 공정을 개선해 생산성 향상, 품질 개선, 원가 절감 등을 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은 전사 차원 도입 움직임은 없는데다 외부에서 방법론을 도입하기보다는 고유의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갖추려는 인식이 강한 것은 걸림돌이다. 한국형 제조혁신 방법론이 업계 벤치마킹 대상이 됐던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TPS(Toyota Production System)처럼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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