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봐도 감동적인 영화가 있다. 미국 서부시대 은행 갱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가 특히 그렇다. 두 주인공이 권총을 치켜들고 총탄을 퍼붓는 군인들을 향해 돌진하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 봐도 압권이다.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로버트 레드포드는 작품 이외에도 줄곧 환경 문제와 자연보호, 인디언들의 인권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나아가 최근 그는 미국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규제 정책 지원에 힘을 모으고 있다. TV와 온라인, 소셜미디어 등에는 레드포드가 직접 출연한 `그의 신념에 대한 용기(Courage of His Conviction)`라는 광고가 나온다. 이 짧고 강한 메시지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석탄화력발전 규제정책`에 대한 적극적 지지다.
지난해 6월 오바마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정책금융 중단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기후변화 행동계획(Climate Action Plan)`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수출입은행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관련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전격 중단했다. 예외적인 경우란 최빈국 사업으로 다른 연료를 이용한 발전가능성이 없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의 기술을 적용했으며, 온실가스를 포집·저장하는 설비를 갖췄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매년 2~3회 개최되는 `OECD 환경전문가 회의`에서 수출 사업의 환경위험 심사를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이번 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될 회의를 코앞에 두고, 각 회원국의 환경담당자들은 미국 수출입은행의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정책금융 중단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수출입은행도 `OECD 환경권고안` 이행을 위해 2004년 환경심사를 전담하는 `기술환경심의실`을 만들었다. 국내 금융기관으론 아직까지 유일무이한 조직이다. 이곳은 권고안에 의거해 수출사업의 환경위험을 심사하며 이는 금융지원의 선결요건으로 작용한다. 대규모 해외 사업에서 금융이 곧 경쟁력임을 감안할 때 금융지원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는 권고안이 각 회원국 수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매년 회의를 앞두고 환경전문가들의 어깨가 유독 무거워지는 이유다.
몇몇 국제금융기관들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대부분의 국제 환경논의에서 규제를 강화하자는 그룹의 주장이 보다 힘을 얻고 있다. 사상 최대 태풍 `하이옌`의 필리핀 강타, 미국의 냉동고 한파 등 환경 파괴로 인한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고 우리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주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전후 사정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규제를 지지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OECD 회원국이 갑작스레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정책금융을 중단한다면 개도국의 에너지 복지를 위협하고, 빈곤 해소를 저해하며 저효율 발전기술의 세계시장 독식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발전기업의 효율적인 석탄처리 기술이 사장되고, 해외 시장을 빼앗겨 발전 산업과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약화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추구는 전 인류의 과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이러한 역사적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방적인 규제만으로는 역효과가 성과를 압도하는 원치 않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동참과 우리 국익을 조화시키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 미래세대가 살아갈 `내일을 향해` 오늘을 사는 우리가 `무엇을 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얘기다.
설영환 한국수출입은행 선임부행장 ywsul@koreaexim.go.kr